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의 ‘말’
상태바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의 ‘말’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06.27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주·진천·음성 취재국장

대통령을 꿈꾼다는 제1야당 대표의 말을 어떤 무게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잦은 설화(舌禍)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숙명여대 특강에서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의 취업 성공담을 꺼냈다. 학점은 엉터리라 3.0이 안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이며 스펙은 없지만 이를 극복하고 5군데의 대기업에 합격했다는 자랑이었다. 그 청년은 바로 아들이라고 황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밝혔다.

이날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은 물론 인터넷 공간 등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법무부 장관과 총리까지 역임한 그가 아들 취업 성공담을 ‘스펙 없이 대기업 취업 성공사례’로 든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졸업을 미루고 고시원과 학원, 도서관 등에서 취업고시를 준비하거나 이마저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알바를 하면서 험준한 취업벽을 넘고자 하는 청년들의 고통을 알기나 하냐는 비판이다.

뒤늦게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점수나 스펙이 좋지 않지만 시도해보면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시급을 차등해 지급해야 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발언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 논란을 불러왔다. 서민 대중의 어려운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공감능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근로기준법 위반, ILO 협약 위반,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위반, UN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 등도 지적됐다. 검찰,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마땅한 비판이다.

필자는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그가 든 예가 아들이 아니더라도 그의 무의식 발언은 더 큰 문제로 본다. 그의 아들이 혹여 노동자로 외국에 나가 있다면 어땠을까. 일반인의 말이라면 발언의 취지가 이해되고 해명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황교안’은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정치인이다.

3.0수준의 학점은 엉터리이며, 대기업 취업이 최고선인양 거리낌없이 발언하는 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한마디로 정치적 의식과 인격이 엉터리 수준은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다수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본다면 고학점 지상주의, 대기업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무의식적 발언은 그의 수준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그런 발언을 쏟아냈다는 건 현실 진단과 소통 능력에 대한 한계성이다. 그날 강의실이 작금의 사회 모순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으면 어땠을까. 세상에는 황 대표가 일컫는 ‘엉터리 수준’의 사람 수가 훨씬 더 많다. 그들이 노력을 안해서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니다. 행복하고 싶지 않아서 불행해지는 게 아니다.

정치인은 약자의 편에서 보듬으며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롭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헌신해야 할 의무자다. 사회의 모순점을 찾아내 개혁해내야 할 책임이 있다. 진짜 엉터리가 누구인지 그에게 묻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