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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부자유친
오 원 근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낮은 뜨겁지만 저녁 바람은 시원하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어 하늘의 구름이 더없이 예쁜 저녁, 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나게 되었다. 아버지와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방망이로 공을 치고 아들이 받아내더니, 이번에는 아버지가 앉아 글러브로 아들의 공을 받아냈다. 언제까지 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갔다. 그들은 스트라이크와 볼을 따져, 아웃을 시키거나 주자를 내보내며 나름대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고3인 내 아들과 어울리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야구와 축구 공놀이를 하였다. 아이와 그렇게 어울리면 부자간에 육체적·정신적으로 가까워지고 아이는 여러 면에서 건강해진다. 그 덕으로 아들은 몸 놀리는 것을 좋아하고 마음도 건강하다. 작년 여름에는 친구와 함께 2박3일간 지리산 종주를 하고, 연말에는 나와 둘이 덕유능선을 1박2일로 종주했다.


유교 도덕의 기본 덕목으로 삼강오륜 중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道)는 친애(親愛)에 있다는 말로,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잘 섬김으로써 진정한 부자간의 도리가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요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이 자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말은 그것을 내뱉는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말이 사회의 보편적인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 두 번이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주 반복되면 그 사람의 인간됨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14일 황 대표는 대전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흙수저로 보이는가, 금수저로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금수저 같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황 대표는 “아니다. 나는 흙수저였다. 초등학생 시절 돈이 없어서 도시락도 잘 못 싸갔고 친구들 밥 먹을 때 운동장을 돌아야 했다”, “남들 자는 시간에 공부 더 해서 학교도 가고 이렇게 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경험에 비춰보면 환경보다 더 큰 힘은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황 대표의 정치적 자질을 크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모든 청소년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황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내세우며 그런 ‘환경’보다 ‘개인의 의지’에 더 비중을 두었던 것이다. 교육과 청소년 문제에 관한 그의 천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치인은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황 대표는 하는 말마다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으니 우리나라 노동자와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편협한 노동관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자기 아들까지 끌어들여 청년 취업 이야기를 하였다가 큰 망신을 당했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21일 숙명여대 강연에서 “내가 아는 청년이 학점이 3점이 안되고 토플도 800점이 안 되는데 대기업 5곳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때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하고 대학 때는 조기축구회를 만들어 리더가 됐다”고 운을 띄우고는,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 내용 자체도 청년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가 그는 나중에 아들의 학점이 3.29점, 토익점수는 925점이라고 밝혀, 스스로 거짓말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청년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진정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저런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검사에다가 장관과 총리를 하고, 제1야당 대표까지 하고 있다. 그가 대표하는 세력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표는 아들이 어릴 때 함께 공놀이 같은 것을 해 보았을까.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몸놀림, 마음놀림을 제대로 살핀 사람이라면, 아들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아들 사랑, 자랑의 방법이 크게 잘못 되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부자유친을 해 보았으면 한다. 이것은 그가 제1야당 대표이기에, 우리나라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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