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와 전북 무주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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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와 전북 무주군의 차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7.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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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도시 모습은 그게 그거다. 음식점·커피숍·생활용품점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프랜차이즈가 점령했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똑같은 공공건물에 비슷비슷한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특별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도시가 아니면 분간조차 하기 힘들다.

그 중 도시에서 마주치는 공공건물에 불만이 많다. 시청·군청, 구청, 주민자치센터, 경찰서, 보건소, 종합복지관, 도서관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왜 그렇게 진부하게 짓는가. 담당 공무원이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관행대로 하고 만다.

공공건축에 혁신과 변화를 준 도시로 꼽히는 경북 영주시와 전북 무주군에 다녀왔다. 두 도시는 뭔가 달랐다. 영주시는 지난 2007년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아우리(AURI)로부터 도심재생 통합 마스터플랜을 공짜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후 2008년 공공건축통합계획을 세우고 2009년 공공건축통합마스터플랜을 만들면서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다. 공공건축가제도는 민간 건축전문가를 위촉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자인관리단도 조직했다. 지금은 도시건축관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떠나면서 인구가 계속해서 줄고 도시 분위기가 침체되자 활성화 차원에서 공공건축에 주목하게 됐다는 게 영주시 공무원의 말이다. 실제 영주시는 인구가 줄어 지금 10만명이 조금 넘는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후 영주시 노인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여말선초박물관, 조제보건진료소, 풍기읍 행정복지센터, 한절마경로당, 선비도서관 등이 탄생했다. 직접 가보면 공공건축의 고정관념이 시원하게 깨지는 것을 경험한다. 기분좋은 일이었다. 이 덕에 영주시는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등 수많은 상을 탔다.

중요한 것은 10년전에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 영주시가 지금도 이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시장이 바뀌어도 계속 한다는 약속을 하고 시작했다고 한 공무원은 말했다.

반면 무주군은 아쉬운 점이 많다. 전국 기적의 어린이도서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등을 설계한 故 정기용 건축가는 1996~2006년 무주군에서 많은 공공건축을 설계했다. 무주군청, 등나무 운동장, 주민자치센터, 곤충박물관, 납골당, 청소년수련관 등을 혁신하거나 지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정기용 건축가는 세상을 떠났고 당시 의기투합했던 김세웅 군수도 현직에 없다. 3선을 지낸 김 군수의 임기가 끝나면서 건축가의 작업도 막을 내렸다. 그러지 않고 정기용 건축가가 계속해서 일을 했더라면 무주는 건축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못내 아쉽다. 지금도 건축·도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더 많은 볼거리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더욱이 당시에는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건축물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게 있었다. 무주군의 젊은 공무원들은 정기용 이라는 이름조차 모른다고 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전직 군수가 해왔던 일 정도로 치부되는 게 아닌가 안타깝다. 그래서 행정의 연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바뀐 자치단체장이 날려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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