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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힐 정도로 더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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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힐 정도로 더운 도시
  • 충청리뷰
  • 승인 2019.07.1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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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들어서면서 더위 본격화, 거대한 열저장고 역할
신 동 혁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본지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함께 6월부터 매주 ‘지구를 살리자’라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동참을 원하는 사람들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cjcb.ekfem.or.kr)나 페이스북에서 ‘지구를_살리는_시민실천_캠페인’,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을 검색하시면 확인할 수 있다.

여름 한 낮에 도심은 걷기가 쉽지 않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지나가는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과 열기, 건물 벽에서 반사된 열기, 냉방기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져 숨 쉬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머리 위에서는 작열하는 태양이 내리쬐고 있다. 이렇게 걷다가 가로수 그늘 밑이라도 지나가면 한결 수월하다. 나무 그늘의 ‘위력’을 이때만큼 절감한 적이 있을까 싶다.

가로수 위력이 이 정도라면 도심 내에 큰 공원이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가늠이 쉽지 않다. 행복한 상상도 잠깐, 신호등을 기다리는 데는 그늘조차 없다. 그래서 그 좁은 전봇대 그늘이라도 찾는데, 자리가 없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그늘막을 설치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뭔지 모르게 아쉬우면서도 나름 고마운 처사에 감사한 맘으로 햇볕은 피해보지만 열기는 어떻게 피할 수가 없다.

해가 진 후에도 도시는 온도가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더 이상 그늘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게 시원해지진 않았다. 낮동안 달궈졌던 아스팔트가 열기를 여전히 내뿜고 있고, 건물 외벽에서도 뜨거움이 훅 끼쳐오고, 냉방기 실외기는 더 많이 돌아간다.

해가 지자 도시는 조명으로 어둠을 밝히고 또 돌아간다. 가게들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냉방을 아낄 수 없을 것이다. 전기 요금도 아끼고, 환경도 생각해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했다간 하루 장사, 아니 영업을 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 건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음식냄새까지 토해져 나온다. 퇴근하는 차량으로 통행량이 늘었고, 길가에 주차된 차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여전하다. 오늘도 도시는 편히 잠들기 쉽지 않겠다. 열대야란다.

에너지 의존도 높은 아파트
도시가 특히나 이렇게 더운 것은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본격화된 것 같다.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택단지 같은 저밀도 개발로는 힘들다. 도시가 한없이 확장되어야 하는데, 그린벨트에 갇혀서 외곽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신축 주택지는 거의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다. 그렇게 아파트 비중은 커져 지금은 50%를 넘어섰다.

아파트 단지는 기존의 ‘낡은’ 주택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높다. 그러나 에너지의존도가 높은 구조여서 에너지소비 총량이 많다. 그리고 단위면적당으로 따지면 고밀도여서 효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총량이 너무 많다. 그것은 지역의 온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로 주택단지에 비해 열용량이 커서 낮동안 태양으로부터 공급받은 열을 저장하는 거대한 열저장고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밤에 열을 내뿜어 온도를 내려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문을 열고 자연통풍을 통해 실내온도를 낮출 수가 없다. 문을 닫고 집집마다 냉방기를 틀어 집안의 열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도시의 온도는 또 올라간다. 경제가 성장한 것도 도시의 온도를 높인다. 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에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도시에 야간 상업활동도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것도 도시의 온도 상승과 같은 말이다.

도시에 아파트 단지는 점점 더 늘어나 전국 모든 도시가 경관이 획일화 되어간다. 그것도 문제지만 더욱 더 초고층화 되어가고 있어 도시의 온도는 당분간 내려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거기다 그린벨트 해제와 도시공원일몰제로 도시 외곽과 도심내 녹지들이 축소되어 도시의 여름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다.

청주도 도시공원일몰제로 도심내 산들이 개발되어 축소될 처지에 있다. 매주 금요일 밤마다 장전공원에서 구룡산을 개발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녹지면적과 여름의 길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같은 도시 내에서도 여름 길이가 두 달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한다.

녹지는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환경적인 방법이다. 소위 세계적인 도시라고 말하는 곳은 도심에 세계적인 공원들을 가지고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파리의 룩상부르크공원 등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의 과밀화가 부른 부작용
도시가 이렇게 더워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개발독재시절에 중공업중심의 성장정책을 추진하고, 부족한 자본축적과 기술경쟁력 대신 가격경쟁력으로 대체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민의 희생이 요구되었다. 그렇게 농업 붕괴로 야기된 이농현상으로 농촌은 몰락하고 도시는 급격하게 과밀해졌다.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이런 일방적인 흐름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도농, 농공간의 불균형개발전략으로 야기된 이농, 그로 인한 도시 과밀화가 도시의 고밀도 개발을 낳았다. 당시 사회적 조건, 기반, 역량과 무관한 중공업, 첨단산업중심 정책 대신, 농업과 공업, 농촌과 도시간의 유기적인 지역순환경제 정책을 모색하고 추진했다면 오늘날과 다른 모습의 도시와 삶의 양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아파트 중심의 우리나라 도시 모습이 특수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계의 도시 모습은 자본과 성장중심의 개발이라 유사하다. 자본의 힘은 세계를 통일시켰다. 로마와 파리, 런던, 서울이 어떻게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중세부터 발전해온 유럽의 도시와 이식된 근대 속에서 시작한 서울의 모습은 다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형성된 신시가지 쪽의 모습은 세계의 도시가 서로서로 유사하다. 그것은 자본의 힘이 효율과 성장, 이익추구라는 하나의 가치로 공간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시적인 부분(녹지비율, 대중교통망, 주거복지, 고도제한, 재생에너지비율 등)에서 차이는 자본의 힘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에 달려 있다. 도시가 더운 것은 단지 물리적인 작용이 전부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작동하는 자본과 시민, 권력과 시민간의 역학관계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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