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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모든 사람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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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모든 사람의 직업
  • 충청리뷰
  • 승인 2019.08.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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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정 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지난 7월 31일 목동 빗물펌프장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수몰 사고로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였다. 사고 뉴스를 보면서 7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6년 전 노량진 배수지 공사가 떠올랐다. 당시 우천시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불감증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고, 다양한 대책들이 발표되었으며, 공사 관계자들이 구속되었다. 6년이 지난 시점에 우천으로 인한 유사한 인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6년 전 노량진 배수지 공사 사고는 한강물이 유입되어 터널입구 차수판이 파손돼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필자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자주 얘기하는 사고 사례이다. 차수판의 파손이 문제가 아니라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의 유입이 예측될 경우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현장 관리자들의 기본적인 안전관리인데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이 근본 원인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이번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인 폭우가 내리면서 수문 개방이 예상됨에도 근로자들이 사실을 모른 채 수로에 들어가도록 한 현장관리자들의 안전관리 소홀문제 외에도 내부 근로자와 외부 관리자의 연락 부재, 수문 개방으로 인한 사고사례가 없어 방심한 점, 수로개방에 대한 사전연락체계 미비, 원청사의 전반적인 안전관리 소홀등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필자는 근본적인 원인을 책임과 역할의 회피라는 다른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수문 개방이 수위 50~60%시 자동 작동되도록 설계된 점, 발주기관(서울시)과 운영기관(양천구)이 다른 점, 터널 내부와 외부 통신의 어려운 점들로 보아 우천 시 수문 개방과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서울시, 양천구, 시공사(현대건설)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사전에 구축되었어야 하며, 실전 훈련 등과 같은 평상시 연습이 사전에 이루어졌어야 한다.

시공사 감독기능을 갖는 서울시는 예상되는 대피 시나리오에 대해 점검을 하고, 연습을 감독했을까? 운영기관인 양천구는 사전에 수문 개방에 대해 시공사와 협의를 하고 정보공유체계를 갖추고 연습을 했을까?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사고사례가 없지만 사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사전에 서울시-양천구-현대건설 간의 대응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협조체계 구축 및 대응훈련을 했을까?

위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예라는 답이 나왔으면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까? 감독기관인 서울시에서는 시공사가 대피훈련을 수립하고 연습하는 주체이므로 감독기관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운영기관인 양천구에서는 발주기관이 아니어서 건설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건설현장에 대한 사고 예방을 운영기관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사고사례가 없는 수문개방을 굳이 예측 가능한 사고 시나리오로 예상하여 감독기관과 운영기관을 끌어들이는 귀찮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계자들 모두 본인들이 해야 될 일이 아닌 것을 굳이 만들어서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이다. 목동 빗물펌프장 건설현장에 관계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안전사고 예방이 내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에 대해 강요된 책임과 역할이 아니라 위험상황을 적극적으로 예측하고 예방하는 자율적인 책임과 역할을 가지는 것이 숨어있는 위험요소로부터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나 우리는 안전문제에 대해 나한테 주어진 범위만 책임지면 된다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몇 년 전 읽은 해외논문의 제목이 이번 사고를 보면서 다시 생각났다. 논문의 제목이 주는 메시지기 강해서 발표 자료에 자주 인용하는 제목을 다시 한 번 적는다. “Safety is everyone’s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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