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노니 얼씨구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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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노니 얼씨구 좋구나
  • 충청리뷰
  • 승인 2019.08.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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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농부시장 <문전성시>에서 괴산연합풍물패 공연

<문전성시>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1,3주 토요일마다 괴산 한살림 매장 앞 고추유통센터 마당에서 열리는 괴산의 농부시장이다. 올해부터는 동진천 더불어 장터도 함께 하고 있다. 농산물, 소소하게 만든 먹거리, 수공예품, 농사지은 물품으로 만든 가공품, 벼룩시장 등이 있는 내실있는 장터이며 여러 가지 문화공연 자리를 마련하여 흥겨운 장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8월 3일 한창 더운 여름날, 괴산연합풍물패가 문전성시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작년 지역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동아리들, 풍물패 벼리, 춤모임 마실, 문광신바람사물놀이, 풍물패 선돌, 얼카뎅이가 다시 뭉치는 것이다. 3년 전부터 문전성시 장이 열리는 4월 길놀이를 함께 하고, 작년 11월 3일 문전성시에서 다 같이 공연을 했던 인연으로 다시 한 번 놀아보기로 했다.

조명과 음향은 없었지만 즐거워
이번에는 지원사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예산이 없지만, 그동안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서로 확인도 할겸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다. 마실은 스승님의 건강 상의 이유로 상반기에 강습을 받지 못하고 자체 연습을 해서 공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박수부대로 참여하였다.

저녁 장이 서는 여름이라 모여서 이른 저녁을 먹고 6시 반에 길놀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얼카뎅이의 민요, 문광신바람사물놀이의 사물놀이, 선돌의 사물놀이, 벼리의 설장구가락의 순서대로 순서를 정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민복에 삼색띠 의상을 갖춰 입는 것은 생략하고 자유 복장으로, 지원금이 없으므로 조명도, 플래카드도, 음향도 없었다. 장터의 사람들과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 모두 더워도 너무 더운 한여름날 오후였다.

여러 동아리들이 함께 모여 흥겨운 길놀이를 했다.

다행히 6시가 넘어가자 가마솥 뒤로 해가 넘어가 무대와 무대 앞에 그늘이 졌다. 우리는 반가운 얼굴로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저녁식사를 했다. 벼리는 10월 말에 공연할 삼도설장구 가락 진도를 중간에서 멈추고 마무리를 지어 한 판 공연을 짰다. 문광신바람사물놀이도 고추축제 공연을 준비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연습을 했다고 했다.

풍물패 선돌은 겨우내 신입생을 받아 초급 중급반 두 번씩 열심히 모여 연습을 했다며 신입생들의 활기찬 기운을 나누어주었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상쇠의 뒤를 따라 장구와 북을 매고 장터를 한바퀴 돌았다. 모여서 길놀이 연습을 한 지 꽤 되어서 악기를 매며 서로 장단을 가르쳐주고 배우기도 했다. 상쇠를 누가 잡을지 잠시 의논하기도 했다. 왁자지껄, 놀이인지 공연인지 모를 분위기로 길놀이가 시작되었다.

동아리들의 자발적인 공연
한살림 모임으로 시작하여 민요, 장구, 진도북춤 등을 배우는 동아리 얼카뎅이는 바쁜 일정으로 세 분만 참여하여 민요 세 곡을 불렀다. 다음으로 문광신바람사물놀이의 사물놀이 공연이 있었다. 문광면에서 모이는 사물놀이패로 평균 연령 60세가 넘는 어르신들의 모임이지만, 작년에 비해 굉장히 실력이 늘어서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저희는 작년에 공연 준비를 많이 못하고 무대에 섰는데, 다른 동아리들 실력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했구요. 즐거운 마음으로 신명나게 지역의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문광신바람사물놀이 총무 유은옥)

문광신바람사물놀이의 사물놀이 공연
풍물패 벼리의 삼도 사물놀이 공연

다음은 청천면의 동아리 풍물패 선돌의 차례였다. 풍경이 아름답고, 인심이 순박하고 좋아서 젊은 귀농인들이 많은 솔뫼골에서 활동을 하는 풍물패 선돌. 귀농인과 토착민들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고민하면서 절기별 마을굿, 마을공공행사 지원, 전통문화의 계승, 시골에서의 문화 활동을 위해 풍물패를 결성하게 되었고 매우 열심히 연습하고 활동하는 동아리이다.

“겨우내 새롭게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서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어요. 연합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다른 동아리를 보면 자극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특히 오늘은 문광신바람사물놀이 어르신들 실력이 많이 늘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서로 모여서 연습하고 공연도 해서 참 즐겁구요. 무엇보다 동아리들이 서로 성장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풍물패 선돌 상쇠 박은정)

마지막은 풍물패 벼리의 순서였다. 까만 옷을 맞추어 입고 나란히 앉아 삼도사물놀이를 짧게 편집한 공연을 올렸다. “고기 잡는 그물의 코를 꿰어 전체 그물을 잡아당기는 동아줄 ‘벼리’처럼 풍물패 벼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여럿이 함께 하며, 행복을 나누고자 합니다. 아마추어 동아리들의 모임이지만, 매주 모여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작년에도, 올해에도 다른 동아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껴서 참 좋네요.” (풍물패 벼리 대표 김미경)

공연을 마친 후 모여 앉아 문전성시에서 가져다 준 막걸리와 맥주를 시원하게 한 잔씩 나누었다. 길놀이 이야기, 서로의 공연 이야기, 문광신바람사물놀이의 실력 향상이 놀랍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장이 파할 시간이 다가와 다음에 다시 뒷풀이를 제대로 하자고 약속한 후 아쉽게 헤어졌다.

제대로 된 무대가 아니라 장터에 임시로 세운 무대였고 멋진 음향이나 조명도 없었지만, 동아리들이 자발적으로 함께여서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며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고, 그 모습에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

※ 다음 문화공간 그루의 공연은 8월 24일 토요일 제8회 괴산페스티벌(오후 5시~ 11시 비학봉마을 산막이옛길숲 체험관)에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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