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품으로 돌아간 직지원정대 故 민준영·박종성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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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품으로 돌아간 직지원정대 故 민준영·박종성 대원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9.08.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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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께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던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유가족들이 대원들의 영정과 유골함을 들고 추모 조형물이 있는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히말라야에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실종된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대원이 10년 만에 고향인 충북 청주로 돌아왔다.

이들과 평생 함께한 가족들과 직지원정대 등 100여 명은 17일 오전 10시 추모 조형물이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동안 희망을 꺾지 않고 늘 함께했다"며 "종성아 준영아 돌아줘서 고맙다. 이제 10년의 등반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산하라는 명령을 받아줘서 고맙다"며 "이제는 마지막 명령이다. 가족들의 품 안에서 등반을 마무리해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10년의 기다림과 바람이 이뤄졌으니 따뜻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성 대원의 친형인 박종훈씨는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 후 오늘 우리 가족은 정말 반갑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종성이를 반긴다"며 "직지의 별이 된 두 산악인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준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민준영 대원의 친동생 민규형씨도 "10년의 기다림 많이 힘들었지만,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며 "고향으로 돌아오게 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추모식 후 박 대원과 민 대원의 유골은 각각 상당구 가덕면 성 요셉공원과 서원구 남이면 양촌리 선산에 안치됐다.

17일 오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위치한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의 추모 조형물 앞에서 유가족 등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2006년 충북산악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은 2009년 9월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하운출리 북벽(6441m)에 직지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정상을 오르던 중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실종됐다.

민준영(오른쪽)·박종성 직지원정대원의 생전 모습.

직지원정대는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차례 히운출리를 찾았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두 대원의 시신은 10년이 지난 지난달 양떼를 몰던 현지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두 대원은 서로의 몸을 안전로프로 연결한 상태였다.

당시 등반을 함께 했던 충북산악구조대원들이 추모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헸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유족들은 지난 15일 네팔 현지에서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한 뒤 네팔 카트만두 수얌부나트 사원에서 네팔 전통방식으로 화장했다.

네팔 현지 부검의는 "시신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됐으면 빠르게 부패해 영원히 시신을 못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종 1년여 전인 2008년 6월 히말라야 차라쿠사지경의 무명 미답봉을 초등해 '직지봉'으로 명명한 주역들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27일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정식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청주 고인쇄박물관 내 직지교 옆에 만들어진 추모 조형물은 높이 1.2m, 길이 1.8m 크기의 자연석으로 직지봉과 히운출리 북벽을 본떠 만들어졌다.

조형물 하단부에는 대원들을 형상화한 두 개의 황금색 봉우리가 솟아있다.

10년 전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던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 유골함이 17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추모 조형물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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