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의 주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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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의 주체는 무엇인가
  • 김태종 시민기자
  • 승인 2004.1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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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 생각, 041223.
어제 아침 일이었습니다.
잠 깨어 일어나 불을 켜니 어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죽이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던 평소 생각은 온데 간데 없고,
문득 세 가지 생각이 춤을 추었습니다.

바퀴벌레는 한 마리가 보이면 천 마리가 있다는 것이라는,
바퀴벌레 한 마리는 십만 마리의 세균을 지니고 있다는,
그리고 언젠가
낯선 곳에 가서 불 끄고 막 까무룩히 잠이 눈꺼풀에 내려앉을 무렵
어디선가 날아들어와 입술에 쩍 달라붙던 생각까지 들고 일어나
더 생각할 것 없이 그 어린 바퀴벌레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찜찜해 하며 지냈는데
아직도 나는 그 어린 바퀴벌레를
내가 죽인 것인지, 그 생각들이 죽인 것인지를 알 수 없고,
심지어는 오늘 아침에는
어제 죽인 그 벌레가 정말 바퀴벌레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벌레인지까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도 꿈틀거립니다.

어쨌거나 오늘 아침에는
그 세 가지 생각을 비로소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무엇이든지 죽이는 일에
그만큼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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