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에도 쓸 곳을 만들어줘야죠”
상태바
“은퇴 이후에도 쓸 곳을 만들어줘야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8.22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대상 ‘선배시민’교육 펼치는 정선희 소장

정선희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소장(54)은 50대를 맞이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노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러다보니 퇴직 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가경노인복지관에서 ‘선배시민’교육 강의요청이 들어왔다.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분들인데 은퇴하면 하루아침에 모든 게 사라진다.

이런 분들은 수동적으로 지원을 받는 위치가 된 것을 마뜩치 않아 한다. 무언가 역동적으로 사회에서 활동할 권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는 3년 전부터 선배시민교육을 하면서 많은 ‘젊은 노인’들을 만났다. “선배시민 교육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나이로 치면 55세에서 65세 정도다. 은퇴 준비를 하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소외감이다. 사회에선 아직도 그들이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데 연결고리가 그동안은 없었다.”

그는 노인들과 민주적으로 토론하는 법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현안까지 교육의 범위를 넓혔다. 노인들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등 교육이 진행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가경노인복지관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들은 청주시의회 모니터링단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 도시공원 문제에 관한 의회 회의록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생활속 쓰레기를 절감하기 위해 할머니들은 폐우산을 수거해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정 소장은 “선배시민들의 역할은 후세대에게 안전하고 생태적인 도시를 물려주는 것이다. 나중엔 노인복지관에서 주차 봉사를 하고, 청소도 자발적으로 하시더라.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선배시민 교육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충북에선 6군데 노인복지관에서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청주와 진천에서 프로그램이 이뤄졌는데 진천의 경우 노인들이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해 불편한 점들을 개선한다거나 지역축제에 서포터즈로 나서기도 했다.

정 소장은 “누구나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열려있어야 한다. 노인세대가 남긴 유산들이 잘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노인들의 시민성이 발휘되는 사회, 이는 곧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87년 가정법률상담소의 지역지부를 만들기 위해 청주행을 택했다. 이후 여성인권 문제에 매달려 왔는데 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노인인권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나이 들어 건강한 공동체를 갖는 게 중요하다. 거대 담론을 위해 달려왔는데 정작 요즘엔 삶의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