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는 왕조시대 유물의 상징”신성국 청원군 청소년수련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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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는 왕조시대 유물의 상징”신성국 청원군 청소년수련관장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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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신부’의 전형을 보여주는 신성국 신부(42·청원군 청소년수련관장). 그는 가는 곳마다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남대가 개방돼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이다. 성직자가 청남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마는 그는 청와대까지 찾아가 ‘높은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게 되면 이 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아니, 그 이전에 신신부는 ‘사회정의’를 목숨처럼 여기는 천주교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총무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지도 모른다.

침체된 문의 ‘왜 그럴까’ 관심

신신부는 지난 2000년 3월 청원군 문의면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장으로 부임하면서 문의를 다시보게 됐다. 도시에서는 한 참 시간인 밤 9시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침체된 그 곳을 이상하게 여기던 그는 지역사정을 듣게 된다.
“당시 수몰민들은 약간의 토지보상금과 주택 및 소재지 상가 이주보상금으로 가구당 평균 300∼500만원의 돈을 받고 문의면 소재지로 집단 이주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이 것도 안된다, 저 것도 안된다 하는 식으로 규제가 심해 해먹고 살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가구당 270만원의 빚을 떠안고 살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국민관광휴양지가 취소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주민들의 고통에 동참한 그는 이 때부터 팔을 걷어부치고 현안해결에 나섰다. 그러니 관계당국에서 신신부를 곱게 볼리 만무다. 정보계통에서 찾아오기도 일쑤였다. 성직자로서 주변사람들이 겪는 피해를 나몰라라 할 수 없어 나선 일이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관계당국에서 모든 규제의 원인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대청호 때문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문의는 건폐율이 20%밖에 안되고 세차도 할 수 없다. 공중목욕탕도 없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서 그렇다는 것인데 어떻게 청남대 안에는 골프장이 있는가. 이 것이 더 수질오염을 시킬 것이다. 국민관광지가 돌연 취소된 것도 청남대 때문이다.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된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대청댐은 80년에 완공됐고 81년에 청남대 건설이 추진됐다. 그런데 83년부터 1단계 개발을 시작하려고 했던 관광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서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현안이 어떻게
문의지역만의 문제냐”

또 신신부는 청주시민들이 이런 문제를 문의면민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며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그의 한결같은 주장은 청남대로 인해 충북도민 전체가 대청호라는 휴양지를 뺏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것은 항상 문의 문제로 축소돼 왔기 때문에 해결이 안됐다. 특히 청주시민들이 대청호를 시민휴식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건의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말을 안한다”는 그는 기자에게도 충북도민 전체의 문제로 볼 것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그래서 신신부는 왕조시대 유물의 상징처럼 서있는 청남대가 하루빨리 개방돼 이 곳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상권도 죽고, 일용직도 구할 수 없는 이들에게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설명해주는 증거가 80년 당시 1만4000명이던 주민이 현재 6000여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8000명이라는 적잖은 숫자가 살 수 없다며 고향을 등진 것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벼랑 끝에 서있는 가를 알 수 있다.

“청남대 개방하라”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들인 노력도 만만치 않다. 수자원공사, 청원군, 충북도 등의 관계당국을 찾아간 것은 물론 청와대 경호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진정서를 보냈고 지난해에는 문의주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 자리에서 신신부가 “광주 5·18항쟁은 사람을 죽인 인간학살이지만 문의는 경제적인 학살을 당한 곳이다”고 강력 주장하며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신부님의 요청을 거절하겠느냐”며 당장 해줄 것 처럼 하던 사람들이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모두 타 부처에 책임을 전가하고 청남대라는 이름 때문에 피하기 바쁘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관계당국은 주민들의 아픔에 관심이 없다. 행정당국에 정말 실망했다”고 쏘아붙이는 그의 분개는 그칠줄 모른다. “김영삼 대통령 때 1, 2 정문을 철수시켰는데 요즘에는 초소가 앞으로 더 나와 있다. 대청호에 유람선 띄워 가족공원으로 만들고 청남대는 대통령 관저만 제외하고는 개방해야 한다. 그러면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좋은 동네가 되겠는가.”
그동안 공군 군종신부 5년을 거쳐 대소성당과 부강성당 신부를 지낸 그는 신자와 지인들 사이에서도 할 말은 하고 마는 사람으로 통한다. 정부는 실제 문의주민들에게 준 것도 없으면서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고 불만을 터뜨린다고 하는데 자신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제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신신부.
겉으로는 신부 복장을 한 인자한 성직자같지만 실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젊은 청년’인 그의 지론은 명확하다. “대청호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청남대도 개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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