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여, 창밖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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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여, 창밖을 보라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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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북인뉴스 대표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 가장 투자하고 싶은 회사, 가장 거래하고 싶은 회사’ 청주공단내 최대 규모의 공장이자 도내 매출액 1위 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가 내건 회사 슬로건이다. 하지만 ‘다니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45일째 회사밖에서 찬바람을 맞아가며 ‘노조 인정, 정규직 전환’을 외치고 있다.

회사측은 도급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라고 주장하지만 당사자들은 원청업체의 불법파견 노동자라고 항변한다. 명목상 도급업체를 내세워 노조도 허용하지 않고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란 이름이 도민에게 친숙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업경영의 정점이 아닌 한계상황에서 비롯됐다. 지난 99년 LG반도체 청주사업장이 현대반도체로 합병된 뒤 현대그룹의 해체와 함께 2001년 채권단 관리체제의 하이닉스반도체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금융부담과 반도체 경기악화로 수조원대의 빚더미는 커져만 갔고 퇴출위기까지 몰리게 됐다. 이때 도민들은 하이닉스 주식갖기 운동을 벌였고 하이닉스반도체 종사자들은 임금삭감을 감수하는 고통분담에 나섰다.

현대그룹 해체 직전 현대반도체 통신단말기사업부가 ‘현대큐리텔’로 분사됐다. 이후 제3자 인수를 통해 ‘팬택앤큐리텔’이란 회사로 변했고 다시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3위 업체인 (주)팬택으로 탈바꿈했다. 결국 (주)팬택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2000년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떨면서 하이닉스 분사의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이닉스반도체 전 직원이 주축이 된 (주)팬택이 작년말 ‘거꾸로된 임금협상’ 때문에 경제계의 화제가 됐다.  노조가 임금동결을 선언하자 오히려 회사측에서 10%인상을 결정하는 ‘자본주의적 이기주의 논리’를 뒤엎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이닉스 분사과정을 겪은 노조는 당시 새로운 인수자에게 양말을 선물했다고 한다. 열심히 뛰어서 회사를 살려달라는 뜻이었고, 인수자는 앉은 자리서 일어나 웃저고리를 다시 차려입고 정중하게 받더란 것이다. 이러한 노사의 신뢰가 4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거꾸로된 임금협상’까지 연출하게 됐다.

(주)팬택은 지난해 1조원 매출에 4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순이익 2조원을 달성해 삼성전자(10억원)에 이은 국내 2위의 실적을 나타냈다.  순이익 2조원의 금자탑을 거머쥔 회사앞에서 오늘도 1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바람을 맞고 서있다. 하이닉스 위기상황을 함께 겪은 (주)팬택노조와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자꾸 겹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이닉스가 내건 기업의 4대 가치는 정직성실, 가치창조, 도전정신, 개인존중이다. 또한 하이닉스 기업목적으로 이윤추구, 고객만족, 투명경영, 인재육성, 성과보상, 사회적 책임이란 6가지를 표방하고 있다. 과연 하이닉스가 희망하는 기업가치와 목적이 청주사업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지금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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