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통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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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산통신2
  • 이창규
  • 승인 2005.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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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자라는 나무
사흘이 멀다않고 조령산 자연휴양림에 눈이 내리고 있다. 천지간의 조화로 겨울을 뒤덮는 눈은 동요의 한 구절처럼 나무위에도 산으로 향하는 오솔길 위에도 무거운 이불 솜처럼 처처를 불문하고 쌓이고 있으니 비록 삶이 고달플 지언정 겨울은 만사를 공평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고개를 들어 먼 산, 가까운 언덕을 바라보라. 순백의 옷을 입은 나무들은 나무들끼리 서로를 껴안고 두런거리며 겨울 풍경의 한 구석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이다. 흰 설원을 배경으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검은색 수피(樹皮)와 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고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는 녹색의 수관(樹冠)은 인위적인 색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어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나무들은 겨울에도 자란다. 물론 시간을 다투듯 욕심을 키우거나 살림살이를 두터이 하는 사람의 모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린 성장이지만 자라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살아가는 싸움을 멈추는 것이며 그것은 곧 소멸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비탈로 능선으로 밀려오는 바람을 피하려는 몸부림에 상채기난 가지를 추스르고 엄청난 무게로 짓누르는 눈을 이겨내기 위해 뿌리들은 이웃한 나무들과 연합하여 대지(大地)를 더욱 굳건하게 하여 스스로의 영토를 지키고 있으니 나무들의 겨울나기는 곧 자람이고 성숙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산맥을 따라 엄습하는 북풍의 시련을 이겨내는 인동(忍冬)의 고통도 잠시일 뿐이겠고 신춘! 그 따뜻한 기운이 대양(大洋)으로부터 솟아오르기 시작한다면 가슴 속 깊게 뿌리내렸던삶, 그 생존을 위한 기나긴 투쟁의 시간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수천만년 세월동안 인간들의 궁색한 그것보다 더 많은 역사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의 영속성이 낳은 경험의 지혜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들 삶에서 가장 귀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하늘만큼의 공기 바다만큼의 물, 생명의 상징인 햇빛 그리고 자람과 소멸을 가르치는 겨울나무들도 빼놓을 수 없는 귀한 것 중의 하나이며 자연을 벗하며 배우는 돈 안드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존재 그 생을 움켜쥐기 위해 바짝 오그렸던 뿌리가 춘설이 녹아내린 계곡물을 마음껏 빨아들이고 얼어붙었던 수맥들이 길을 넓히기 시작하면 생명의 희망은 줄기로, 가지로 새로운 움을 튀우는 행진을 시작할 것이다.
나무들이 먼저 채비를 서두르는 봄! 그리 멀지 않은 바로 내일이다.

2005. 3. 4

조령산자연휴양림관리팀장 이 창 규

HP)011-9418-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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