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의 쿠데타 이유가 있다”장한량 충북도지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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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의 쿠데타 이유가 있다”장한량 충북도지사 후보
  • 충청리뷰
  • 승인 2002.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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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량씨의 도지사 출마는 사실 예상을 깼다. 무모한 도전에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그는 선거전 내내 악소문에 시달렸다. 특정 후보의 사주와 사리(私利)를 위한 목적이 있다는 등, 더 솔직히 말해 선거판의 ‘돈’을 탐낸 계략적 출마라는 의혹이 따라 다녔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중도사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눈치였다. 하지만 끝까지 출마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일단 자신에게 붙어다니던 불미스런(?) 꼬리는 떼어 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출마배경엔 의문점이 많다. 스스로가 얘기하듯 당선보다는 꼴찌를 각오하고 뛰어든 선거전이기 때문이다.
투표가 한창 진행되던 13일 오후, 그는 기자를 만나 대뜸 격앙된 말부터 쏟아냈다.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해 자결한 민영환공과 이등박문의 심장을 겨눈 안중근의사의 심정으로 도지사에 출마했다.” 그는 민주당 충북도지부 고문직을 맡고 있다가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선거공조에 반대해 독불장군 핏대를 올리다가 선택한 길이다. 당의 방침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정치판에서 충북은 노리개?

“충북은 주머니속의 공기돌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이 마냥 가지고 놀려고만 하지 않는가. 민주 자민련의 공조는 야합의 극치다. 이런 식으로 충북이 무시당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정당의 생명은 정체성이다. 여론이 불리하다고 해서 결코 정치적 신념을 같이 할 수 없는 당과 손을 잡는다면 민주당도 끝장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이를 잘 나타낼 것이다. 그런데도 책임있는 당직자들과 당원들이 침묵하고 있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지사후보도 못 내고서야 무슨 집권당이냐. 나의 행동을 순수하게 봐 달라. 민주당을 만든 주역으로서 당을 지키고 싶었고, 이를 실천으로 보여준 것 뿐이다. 선거전 내내 도지사를 제외하곤 민주당 후보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선거가 끝났으니 곧 민주당에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거사가 많은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는 이유를 물었다. “나에 대한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음을 잘 안다. 아쉬운 것은 과거 야당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항상 돈문제와 결부돼 악소문이 퍼진다는 것이다. 지난 97년 대선 때도 그랬고, 이번 출마와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음해가 이런 식으로 나왔다. 솔직하게 말해 도지사에 출마한 후 상대로부터 유혹을 받았다. 노골적인 제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치활동을 통해 사(私)를 도모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정치적 배경을 이용했다면 이미 중앙무대에서 한자리를 차고 있을 것이다.”

“박지원도 내 아래였다”

사실 그는 DJ와의 인연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위치가 너무 초라하다. 본인 스스로는 현 정권의 실세 박지원과 대통령 후보였던 유종근씨를 한 단계 깔아 뭉갠다. 모두 DJ의 미국 망명시절에 교분을 나눴던 사람들이다. 장한량은 82년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수감중이던 DJ가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면서 비호남권의 인물로는 DJ를 측근에서 보좌했다. 뉴욕한국유학생회 회장과 재미 민주청년연합(민청) 대표, 그리고 재미 민주 민족 국민연합 부의장 등을 맡아 DJ와 동고동락한 처지다. 이때 박지원과 유종근은 그의 아래 서열이었다. 그러나 장한량은 “DJ와 동고(同苦)는 했지만 동락(同樂)은 안 했다”고 강변한다. 김대중 정부의 떡고물을 안 묻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김대중정부가 들어 선 이후 그에 대한 공기업의 임원 발탁설이 여러번 나돌았으나 모두 소문으로 그쳤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본인의 역량 미흡으로 치부하지만 정작 장한량은 자신의 고사(固辭)였다고 말한다.

떨어졌지만 아름다운 꼴찌

지난 16대 총선 때 공천 하룻만에 홍재형의원한테 후보(청주 상당)를 내줌으로써 장한량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이인제를 좇다가 역시 이인제의 경선패배로 별볼일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이번 도지사 출마는 변신을 위한 확실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많다. 장한량 스스로도 이를 인정한다. “불과 15일간의 선거운동이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지만 얻은 것도 크다. 우선 나를 따라 다니던 일부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신껏 출마해 끝까지 심판을 받았듯이 나의 실체가 있는 그대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향후 정치활동에 있어서도 이번 도지사 출마가 새로운 동인을 부여할 것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정치활동을 펴겠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2년 후 17대 총선에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주변에선 이번 도지사 출마가 2년 후의 총선을 대비한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는다. 이에 대해 그는 비교적 솔직함을 드러냈다. “물론 17대 총선에 또 한번 나설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출마가 좋은 경험이 됐다. 꼭 총선 출마를 의식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칙과 신념을 중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DJ맨으로 지난 14, 15대 총선에 연거푸 출마해 고배를 마신 그는 당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세상 민심이 다 민주당을 버린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 목적은 충청도의 자존심 회복이다.” 아름다운 꼴찌의 속내는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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