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통합 논의의 객관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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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통합 논의의 객관성에 대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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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 동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

   
청원군에 살고 있는 관계로 군청에서 제작한 청원군신문이 집으로 배달된다. 지난 달 호(제99호, 2005년2월25일 발행)에는 한 바구니 가득 담긴 ‘겨울 속의 봄 딸기’를 화보로 하여 12면에 걸쳐 아기자기하게 청원군 소식이 배치되어 있었고, 5, 6면에는 양면 가득 <청원-청주 통합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다. 평소 통합문제에 관심이 있었기에 지면 전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정부 수혜 줄고 빚만 늘어나는 청원-청주 통합”을 제목으로 하여 통합의 문제점을 망라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중 눈에 띄는 기사는 한 대학원 졸업생의 논문을 인용한 기사였다.

“충주시민 65%가 <충주-중원 통합>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통합의 문제점을 제시한 기사였다. 갑자기 이 논문이 보고 싶어 국회도서관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해당 논문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것이 웬 일인가?” 해당 논문에는 청원군신문이 게재하고 있듯이 “65%의 주민들이 불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기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논문 28쪽에는 “통합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73.7%에 달해 전체적으로 시.군 통합에 대해 현시점에서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아울러 그 밖의 설문 내용들, 예를 들어 공무원들의 대민봉사 수준, 교육환경, 대중교통환경, 정서적 유대감 등의 설문에 대해 분명한 개선이 있었음을 이 논문은 조사결과로 제시해 놓고 있었다. 실수로 데이터를 훼손한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내용을 왜곡한 것인지 나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청원군신문의 이 기사에 대해 한 마디 더 해보겠다. ‘주요 정책의 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자료는 신뢰성이 생명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 터,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자료에 근거한 판단은 두고두고 후환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원군신문이 인용한 이 논문은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객관적 조사연구가 지녀야 할 기본적 요소를 갖고 있지 못한, 말 그대로 신뢰성이 의심되는 습작에 불과한 논문이었다. 순간 이러한 논문의 내용을 중요 정책에 대한 판단 자료로 버젓이 제시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실수는 특집기사 거의 전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시된 데이터의 신뢰성은 물론, 논리 전개의 객관성에 상당한 흠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재정운영과 관련된 데이터 해석은 단순 비교를 통해 무리한 주장을 전개하고 있어 비교의 객관성을 확인하기가 곤란했다.

필자가 이처럼 장황하게 청원군신문 기사를 지적하는 것은 청원군 당국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원군신문은 청원군내 모든 기관과 가구에 배달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것이다. 그런데 이 신문에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논리전개상 문제가 있는 기사가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신문을 받아본 대다수 주민들은 기사의 문제점을 의심하기 보다는 신뢰할 것이고, 그 결과는 통합문제가 청주로의 흡수통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빚과 불편만 가중되는 <망하는 길>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인가?

<청원-청주 통합문제>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시군통합을 통한 도농간 격차를 해소하거나 덩치만 키우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청원-청주간 공동영역의 확대와 그 관계의 기능적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것이다. 물론 통합의 타당성이 크다고 그 결과의 가시성이 분명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신뢰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상황을 치밀하며 논리적으로 분석해야한다. 혹여라도 신뢰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로 이 난제를 얼렁뚱땅 넘길 생각이라면 그것은 지역주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처사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나 견강부회(牽强附會)에 대한 강한 충동을 느끼는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필부필부(匹夫匹婦) 사이에서도 부끄러운 행동이기에 신뢰와 정직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 행정당국이 행할 태도는 아닐 것이다. 다음번 청원군신문에서는 신뢰성과 객관성이 담보된 기사를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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