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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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나라 좋은 나라
  • 김영회 고문
  • 승인 2005.03.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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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약한 나라입니다. 이러니 돈푼이나 있다하면 보따리 꾸려 너도나도 좋은 나라 찾아 이민을 떠나는 것 아닐까요. 장관자리에 앉은 사람이 장래 생각해서 여기 저기 땅 좀 산 것이 무슨 죽을죄나 되는 것처럼 난리를 쳐대니 도대체 이 나라가 자본주의국가 맞습니까.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먹자판나라에서 복부인마누라 내세워 투기 좀 한 게 뭐 그리 잘못인가요. 그게 또 어디 그 한 사람만의 일인가요. 자리 깨나 차고앉은 고관 치고 재산 수십 억 없는 사람 몇이나 됩니까.

천신만고 고생해 출세는 왜 합니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땅 투기 좀 했다고 하루아침에 자리를 내 놓고 쫓겨나야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대한민국, 정말 나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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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 대한민국, 좋은 나라입니다. 국민이 여론으로 철퇴를 가해 부도덕한 공직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게끔 되었으니 말입니다. 과거 독재시절에야 쉬쉬 말도 못 꺼냈지만 세상이 바뀌어 이제 국민이 주인이 된 마당에 땅 투기나 하는 그 따위 고위 공직자를 쫓아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데 있습니다. 날마다 아침저녁 뉴스에는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연주 창 터지듯 시리즈로 나옵니다. 모두 “국민을 위해…”를 외치던 위인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국민이 나서서 깨끗하지 못한 공직자를 몰아내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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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에 이어 국가인권위원장이 땅 투기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 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 듯이 본인들이야 억울하다 하겠지만 입이 열 개로 변명을 한다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 종일 허리가 휘도록 땀흘려 일하는 가난한 서민들이 남몰래 눈물을 훔칠 때 쌓아놓고 배불리 잘 사는 고위층들이 위장 전입으로 주민등록 옮겨가며 땅 투기나 해 온 사실에 국민들은 화가 나 욕을 퍼 붓습니다. “나쁜 놈들!”이라고.

우리 나라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고위직에 올라 갈수록 부자가 되니 말입니다. 아니, 고위직에 올라가면 부자가 되는 것인지, 부자라서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고위 공직자는 대개 재산가인 게 사실입니다.

국회의원 재산 공개를 보십시오. 거의 수억, 수 십억, 수 백억 재산가가 아닙니까.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이런 것을 보고 이 나라를 좋은 나라라고 해야 할지, 나쁜 나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채근담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탐욕자는 황금을 나누어 받으면 옥을 얻지 못함을 한탄하고 공(公)에 봉해지면 제후(諸侯)가되지 못함을 원망한다.(貪得者 分金 恨不得玉 封公 怨不受侯)고요.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욕심이 자신을 죽이는 줄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자꾸 죽어 가는 것이지요. 참으로 딱합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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