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역문화 보존의 문제
상태바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역문화 보존의 문제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3.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재 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참여정부가 출범이후 2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참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행정학자의 관점에서 정치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책집행 노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2월 23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별법 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 충청권 주민은 물론 전 국민이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놓고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 속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각자는 나름대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3월 2일 밤 10시 45분에 국회의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져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이날 국회 표결에서 특별법은 재석 178명 중 찬성 158표, 반대 14표, 기권 6표로 통과되었다. 찬성 158석의 의미는 단순히 특별법 통과가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재적 국회의원 299명의 50%를 넘었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3월 23일에는 행정도시 예정지역 2210만평(73㎢)과 주변지역 6780만평(224㎢)이 확정·발표되었다. 서울(605㎢·1억8300만평)의 49.1% 수준에 해당하는 비교적 넓은 규모이다. 예정지역으로는 연기군의 3개 면 28개 리와 공주시의 2개 면 5개리이며, 주변지역은 연기군의 4개면 43개 리, 공주시의 3개 면 20개 리, 청원군의 2개 면 11개 리 등 3개 시·군의 9개 면 74개 리이다. 이중 주변지역에 청원군 부용·강내면 등이 지정됨으로써 청주의 바로 옆 동네까지 주변지역으로 포함된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서도 신속하게 행정도시 추진 작업이 시행되고 있어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역민으로서 정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행정도시 건설과 이전에 따라 교육과 문화의 도시인 청주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배후도시이든 연계도시이든 간에 청주가 갖고 있는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와 순박하고 여유로운 문화가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를 의미한다. 즉 ‘일정지역의 주민들이 학습을 통해서 지니고 있는 생활양식’을 지역문화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지역의 문화 주체는 이 지역의 절대다수 주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주와 청원 지역 주민이 바로 지역문화의 주체인 것이다.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이 지역민들에게는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동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취업기회 증대, 소득 증가, 교통망 확대 등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한다면, 지가 상승, 투기 증대, 환경오염, 범죄율 증가 등이 부정적 변화로 생각된다. 이들 긍정적·부정적 변화를 함께 살펴보면, 취업기회의 증대와 소득 증가는 빨라도 7∼8년 이후에 나타나는 장기적 변화인 반면, 지가 상승과 투기 증대로 인한 아파트가격 폭등은 단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청주시와 청원군에 뿌리를 둔 많은 수의 평범한 저소득 근로자나 빈곤층이 행정도시 건설이후 취업기회를 잡아 소득을 높여서 아파트를 구입하여 계속 청주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지가 상승과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의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청주시의 주변지역으로 퇴출됨으로써 지역주민에 토대를 두고 있는 지역문화가 상실되고 정체성 없는 문화가 지배하는 뿌리없는 도시, 역사없는 도시, 근본없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 충청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은 삶의 터전이자 고향의 문화를 유지·보존·계승하고 있는 선량한 소시민의 퇴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만 할 때이다. 특별법 제정에 들뜨고 오송역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해하지만 정작 청주시에는 아직도 전세 2천만원 이하나 월세로 살고 있는 선량한 소시민들이 다수임을 고민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