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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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싶게 만들어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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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아이를 낳읍시다.” “아이 낳으면 선물 줍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자 전국의 지자체들이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충북도내에서도 청주시를 뺀 나머지 시·군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 인구증가는 자치단체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된지 오래다.

50, 60년대만 해도 ‘살림은 궁색한데 밥 먹일 입들이 많아’ 부모님들이 한 숨을 쉬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40~50여년 만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충북에서는 지난 2003년 청원군을 시작으로 9개 군지역에서 신생아 출산시 15~35만원에 상당하는 육아용품을 선물로 주고 있다. 특히 3개 시지역에서는 임산부 출산교실 등 모자건강증진 프로그램 참여자에 대해 4~5만원 가량의 육아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청원군이 시작하자 지금은 너도 나도 따라해 이는 오히려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그런데 충남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출산장려금을 조례없이 주거나 선거 1년전인 행위제한기간에 조례를 제정하고 지급했을 경우, 조례가 제정됐어도 자치단체장이 직접 주거나 단체장 이름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다고 밝혀 이를 시행하는 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군수가 신생아를 출산한 집에 찾아가 선물을 주고 산모와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을 군에서는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중단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이러한 결정 이전에 우리나라의 출산장려정책은 너무 소극적이다. 신생아 육아용품 받자고 계획에 없던 아이를 낳는 경우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리고 도시에서 살다가 이 선물 받자고 시골로 이사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것은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고 목표달성에도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보다 큰 데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결혼, 출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져 이제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시대적 변화도 있지만, 이유는 보다 현실적인데 있다.

우선 과거 우리들의 어머니시대처럼 아이를 4~5명씩 낳으면 교육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교육비라도 벌려고 직장에 나가려면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양육비가 더 많이 든다. 그래서 간혹 아이 다 키워놓고 직장을 잡거나 일을 시작하려는 여성들이 있지만, 청년실업이다 뭐다 해서 기혼여성을 어서 오시라고 반기는 데는 없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시키는 전과정이 모두 개인 부담으로 지워진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출산장려를 위한 해결점을 얼핏 생각해 봐도 여성의 일자리 창출, 사교육비 바로 잡는 교육개혁, 육아정책의 현실화 등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런 문제들은 근자에 와서 표출된 게 아니고 과거부터 있어 왔다. 여성단체에서도 국가에 대고 해결해 달라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어떤 여성운동가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머잖아 여성들이 출산파업을 벌일 것이다”고 예견했다. 출산파업을 운동차원으로 확산시킨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파업을 한 셈이 됐다.

아이를 낳고 싶도록 사회복지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여성들이 언제든지 사회에 나와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사정이 이러한데 지자체가 몇 십 만원 어치의 육아용품을 지급하는 것은 선심성 행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선물 받아 한 때 기분은 좋겠지만 해결책은 되지 않는 다. 지자체와 국가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도록 제도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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