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5공화국’ 유감
상태바
드라마 ‘제5공화국’ 유감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05.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표 정치부 차장
   
5월15일 8회가 방영된 MBC의 토·일 드라마 ‘제5공화국’이 이른바 ‘5공 실세’들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싸고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12.12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카리스마를 고무·찬양(?)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에 발끈한 네티즌들과 일대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5공 실세들을 미화하고 있는 네티즌들은 쿠데타의 주역들을 역사 속의 영웅호걸에 견주어 추켜세우고 있는데, 예를 들자면 전두환, 노태우, 박희도 등의 인물을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에 비유하거나 12.12 쿠데타를 앞두고 가족에게 비장한 결의를 밝히는 전두환을 황산벌 전투에 나서는 계백장군에 빗대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는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부관만 데리고 육본 총장실에 들어간 전 전 대통령을 수나라 본진을 정탐하고 살수대첩을 이끈 을지문덕장군에 비유하는 글도 있다.

아무리 ‘부분적인 측면에 대한 주관적인 평갗라고 의미를 축소하더라도 불과 20년 전의 역사가 이처럼 농락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넘어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일이다. 더구나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에 즈음해 학살의 주역들이 ‘단순히 카리스마가 있다’는 이유로 미화되는 것은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지난 13일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관련 단체들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공식집계된 광주항쟁 관련 사망·실종자는 모두 606명으로, 165명이 현장에서 죽었고 65명은 실종, 376명은 항쟁 이후에 자살(39명), 또는 병사했다. 현장 사망자의 사망원인은 총상 129명, 타박상 17명, 자상이 9명이라고 하니 국민을 지키라는 군대가 정권욕에 눈 먼 정치군인들에 의해 흉기로 전락해 버린 치욕스러운 역사의 반면교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제5공화국’의 방영 이후 이처럼 황당한 ‘5공 신드롬’이 이는 것에 대해 드라마 제작진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실어 놓고 기획의도에서 “영원한 역사의 잣대는 국민에게 있다”면서 “IMF 이후 거리의 택시기사들이 ‘전두환시대가 살기 좋았다’라고 말하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은 “혹자들이 ‘묵은 상처를 다시 헤집어내서 국민화합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앞날을 위해서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언제까지나 과거의 일에 연연해 있으려고 하느냐’는 질책성 문제제기를 할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해 ‘쓸데 없는 걱정은 하지도 말라’고 못박아 주고 싶다. 아니 걱정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오히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5월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좌를 영위하기 위해 전두환씨를 보안사령관에 임명한 배경과 하나회를 통해 전씨에게 힘이 쏠린 과정 등 교육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지 않도록’ 염려하고 또 염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작진이 기획의도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한번 다짐하고 싶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나는 그렇게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고백한 부분은 오히려 바라보는 이들을 염려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인 음모와 다툼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 받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민중들이었으며, 이어지는 ‘정치적 화해와 타협의 잔캄에도 그들은 초대받지 못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서는 잘못을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연 ‘5공의 실세’들은 진정으로 참회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