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평양 '반미구호 없고, 형편 나아진 것 같았다'
상태바
다시 찾은 평양 '반미구호 없고, 형편 나아진 것 같았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5.06.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우 목사, 6·15 민족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로 평양방문
북송환 비전향장기수 김형태씨 수소문 만남 불발

3박 4일 간의 평양 6·15 민족통일대축전(6.14-17)에 참가한 남측 민간대표단이 17일 오후 5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 충북에서는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준비위원회 충북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노영우 목사(63 청주남교회)와 조순형 전도사(57 청주도시산업선교회)가 남측 대표로 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노 목사는 지난 2001년 8 15 경축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4년만에 다시 북녘 땅을 밟았다.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으로 강행군을 마치고 돌아온 노 목사는 이번 방북단을 지난 48년 남북제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재판이라고 표현했다. 국회, 종교계, 민간사회단체가 다양하게 참여했기 때문에 그 무게가 견줄만 하다는 설명이다.

=4년전의 평양과 오늘의 평양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점이 가장 뚜렷했는가.
“눈에 띄는 변화는 거리 곳곳에 그 많던 반미구호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북미간에 첨예하게 대립된 북핵문제도 결국 풀려나갈 수밖에 없겠구나고 생각했다. 그리고 4년전에는 순안공항에 나온 환영인파와 고층건물에서 창을 열고 손을 흔드는 모습등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공항에서도 동원행사가 없었고 거리에서도 우리들을 알아보는 시민들만 자연스럽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문 일정이나 북측 안내원들의 태도 등은 변화가 없었나.
“그쪽에서 진행된 일정은 4년전이나 올해나 똑같이 늘 지체되는 형편이었다. 이동을 할때마다 인원점검하고 뭐하고 하다보면 밤 11시는 되야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신네들은 저녁을 제사밥으로 먹느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안내원들은 대체로 친절하면서도 사무적이다. 특히 북핵을 비롯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우리측도 올라가기 전에 관계당국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았고 북에서도 안내원들에게 당연히 사전교육시키지 않았겠는가?”

=방문 기간 동안 인상에 남는 공연이나 장소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첫날엔 북측에서 준비한 가극 춘향전을 관람했고 이튿날은 남측에서 준비한 가극 ‘금강’을 공연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금강’ 공연이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북측 관객들은 휴식시간에 일어나는 사람도 별로없이 시종일관 공연에 집중했다. 나중엔 감동한 북측 관객들이 5분여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고 눈문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나중에 북측 인사에게 물어보니까, 평양시내엔 대형 공연을 할만한 시설이 아주 많고 따라서 시민들은 1주일에 한두번 정도 공연관람을 하는 것이 생활화됐다고 설명했다”

=북에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 가운데 청주에서 생활했던 김형태씨의 근황을 확인해 보지 않았나.
“그렇찮아도 북에 온 비전향 장기수들이 국가에서 제공한 평양 아파트단지에 생활한다는 얘길 전해듣고 북측 고위인사에게 은밀하게 만남을 요청했다. 특히 함께 간 조선대 강신석총장은 비전향장기수 7명을 뒷바라지 하는등 인연이 남다른 분이었다. 하지만 ‘알아보겠다’고 했던 고위인사는 결국 ‘곤란하게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마음 한켠으로 ‘같은 평양 하늘아래 있는 김형태 할아버지도 우리가 평양에 왔다는 걸 (TV방송)알고 있을텐데, 그 분은 또 얼마나 우리가 보고 싶을까’하는 생각했다”

=숙소 이외의 외부활동에 대한 제약은 어느 정도였나.
“고려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지만 안내원의 동행으로 호텔 근방의 산보 조깅정도는 가능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따로 대화는 못하고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면 반갑게 화답하는 정도였다. 북측 안내원들은 대부분 순진한 편이어서, 우리가 농담을 하면 진담으로 받아 신중하게 답변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체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경직되고 그로인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거기서 행복을 느끼고 편안해 지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김일성운동장에서 벌어진 10만 군중의 대규모 카드섹션과 관중들의 반응을 보면 억지로 꾸며낸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만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북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미국에 대한 적대감과 피해의식을 키워, 오히려 내부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됐다고 본다”

=평양의 관광인프라와 판매시설 수준은 어떠한가.
“4년전에는 호텔 매장하고 외부 점포하고 똑같은 물건임에도 가격이 동일하지 않았다. 심지어 달러환율 계산도 차이가 날 정도였다. 답답해서 ‘이런 식으로 팔면 장사가 되겠느냐’고 따지면 ‘우린 장사하는게 아니고 공급한다’고 대답하더라. 그런데 올해는 이런 점이 모두 개선됐고 남측 대표단은 주로 북측의 한방약, 술, 산채 등을 많이 사는 편이었다. 다만 전기사정이 안좋은 듯 밤 9시면 아파트도 불을 끄는 상황이었다. 다만 고려호텔 맨 윗층의 돌아가는 전망대 카페는 4년전엔 멈춰섰다가 올해는 가동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문을 마친 소감과 향후 남북관계에서 대한 견해는.
“역시 한민족은 자주 만나야 된다, 만나면 만날 수록 상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걸 느꼈다. 남북관계는 불행하게도 북미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북미가 북행문제 해결이 급선무하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클린턴 정부가 추진하던 정상회담, 국교수교 등이 부시 집권이래 악의 축, 테러 지원국으로 북한 정부를 몰아가는 상황이다. 이번 6 15 남북대축전을 통해 만난 정동영 장관과 만난 김정일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반증으로 본다. 결국 미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북핵문제는 어렵지않게 풀어낼 사안이라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