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거리’가 도대체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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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거리’가 도대체 몇 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5.06.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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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내 '직지의 거리'만 3군데
원칙없는 이름사용, 정체성 떨어뜨린다
‘직지의 거리’만 청주시내에 3군데가 있다. 고인쇄 박물관에서 흥덕초교 앞을 지나 현 CCC아카데미까지의 ‘직지로’가 원조라면, 뒤어어 예술의전당에서 흥덕대교까지가 ‘직지의 거리’가 됐고, 최근 중앙동 차없는 거리도 ‘직지·문화의 거리’로 등장했다.
   
▲ 최근 중앙동 주민들은 차없는 거리를 ‘직지·문화의 거리’로 지정했다. 기존 거리의 명칭은 연삼길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각종 스포츠 동호회나 개인 카페마저도 직지를 간판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정작 직지와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을 때가 많아, 오히려 직지의 정체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중론이다.

직지의 거리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 2003년엶직지의 거리’ 제정식은 당시 시 고위 당국자가 직지에 대한 특별한 애정때문에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미 주민들 협의에 의해 동네 골목 이름과 건물 번호까지 매겼던 것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거리 이름을 바꾼 것은 원칙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중앙동 시민들이 차없는 거리를 직지·문화의 거리로 선포한 것도 마찬가지 예이다.

시 관계자는 “중앙동 주민들이 직지문화의 거리로 선포한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전혀 통보받은 사실은 없었다. 다만 주민들이 한 일을 두고 시 입장에서 규제할 만한 방침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홍보단계라서 시민들이 직지관련 이름을 쓰는 것이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며 “현재 ‘직지’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단체들이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지역문화예술인은 “한마디로 몸은 하난데 이름은 여러 개인 것과 같은 꼴이다. 그렇다면 청주시를 모두 직지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며 “직지와 아무 연관성도 없는 직지의 거리들은 ‘홍보’가 아닌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중앙동발전추진위원회에서 정한 직지·문화의 거리를 두고 정작 가게터를 잡고 있는 상인들은 이름을 정한지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동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차없는 거리가 직지·문화의 거리든 아니든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사람들을 끌어당길만한 문화도 시설도 없는데 사람들이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어쨌든 ‘원조’직지로와, 직지의 거리에 이어 최근 중앙동의 직지문화의 거리는 여느 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현재 직지로 주변에만 기존 가로등을 ‘직지가로등’으로 대치했을 뿐이다.

한 시민은 “인사동과 같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시가 나서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거리 이름만 정했지 명소화 작업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직지세계화추진단이 ‘직지로 도시마케팅을 한다’는 컨셉으로 직지문화산업특구지정 사업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담당자는 “지난해 말 충북대 건설기술연구소에 용역을 맡긴 상태고, 올 연말까지 최종계획이 나올 예정”이며 “직지문화특구는 특구와 개발계획 두 단계로 나눠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에 특구신청을 따내면 앞으로 벌일 직지관련사업에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산을 갖고 있으며, 그 후에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짜 시행하겠다는 것. 그는 “특구가 지정된다 해도 표면적인 변화는 없다. 2007년까지 완벽한 마스터플랜이 나와도 천문학적 예산이 들고, 청주·청원통합 등 여러변수가 남아있어 성급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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