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간, 왜 여성단체들의 ‘잔치'로 끝날까?
상태바
여성주간, 왜 여성단체들의 ‘잔치'로 끝날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5.06.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에 여성문화기획할 만한 전문가가 없다” 여론
여성단체들의 문화프로그램 개발 미흡도 원인
여성주간 행사가 올해로 10돌을 맞이했다. 여성주간은 여성발전기본법에 의해 일년에 일주일(매년 7월 첫째주)을 여성발전도모와 범국민적인 남녀평등관심을 일으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일종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계몽주간’인 셈이다.

여성부사업으로 지자체에 일정 예산을 내려보내 행사를 열어왔다. 매년 그 주제가 달랐다. 최근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바뀌고, 가정복지에서 가족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반영한 듯 올해 주제는 ‘행복한 가족, 대한민국의 힘입니다’이다.

이에 행사를 주관하는 충북도 여성정책관실은 “매년 여성단체들에게 프로그램 공모 받아 행사를 짰다. 올해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전체 주제에 부합되는 행사들을 선별했다는 졈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여성주간 행사들을 직접 기획하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7개단체에서 17개사업을 내놓았는데, 6개단체 12개 사업을 선정했다는 것. 도 관계자는 “여성주간의 전체예산은 여성부에서 내려오는 2600만원 정도다. 각 시군에는 열리는 행사들은 여성문화제 명목으로 약 2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단체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내놓으면 여성주간의 행사도 훨씬 풍성해 질 것이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여성관련 문화프로그램을 만들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부연설명했다.

여성주간 프로그램 ‘매년 비슷해’
올해 여성주간에 참여하는 단체들과 프로그램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스타트는 지난 6월 23일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소장 김미경)가 7회여성영화제로 청주 씨어터제이 소극장에서 끊었다. 가족내의 빈곤과 소외, 가족의 새로운 대안등을 제시한 장편영화 2편과 단편 4편을 상영했다. 상영후엔 ‘여성이 가족으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민경자 충북도 여성정책관과 영화평론가 박인영씨의 발표로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여성영화제’를 7회까지 이끌어온 김미경 소장은 “예전에는 여성주간에 여성영화를 몇개보는 정도였는데, 영화선정, 장소, 홍보등이 확대돼 그나마 올해는 여성단체 회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 대학생들의 참여가 많았다”고 평했다. 또한 충북여성장애인연대(대표 이성옥)도 ‘여성장애인 엄마되기’를 주제로 여성장애인 모성권 영화제를 준비했다. 영화제는 7월 5일 분평동 참조은문화센터에서 ‘길은 가면 뒤에 있다’영화상영후 영화출연자 및 토론자들이 모여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캠페인을 했던 여성장애인 연대는 올해는 작지만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기획한 것.

이외에 충북여성단체협의회는 평등가족문화 확산을 위한 평등백일장(2일)과 작은음악회(8일)를 열고, 대한어머니회 충북연합회는 양성평등사회 만들기 노랫말 선정(6일), 건강가족 등반대회양성평등 놀이인 레크레이션 행사들을 7월 3일 충북도여성발전센터에서 개최한다. 그리고 열린 가족을 향한 정책토론회가 6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오후 2시에 열리고, ‘도민 토크, 토크’가 충북여성민우회주관으로 8일 CJB 방송국에서 개최된다. 한편 충북도 여성주간 기념식은 오는 7월1일 오후 2시 충북도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리며, 이날 기념식에는 평등지킴이상과 여성부장관 표창 등 여성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을 한다.

여성문화 이끌어갈 여성운동가가 없다
또한 시군별로도 이 기간안에 다양한 여성문화제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의 행사들은 여성단체 회원만의 ‘잔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여성단체 회원은 “여성문화기획이 꼭 필요하지만, 지역에서 여성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아직 요원하다. 일반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문화행사들도 부족하지만, 일반인들의 역량도 의심스럽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행사가 일주일안에 몰아서 하다 보니, 자체 행사를 준비하기도 바빠서 같은 기간에 열리는 타단체들의 행사들도 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념식도 서울에서, 도에서, 그리고 각 시군별로 열려 이 기간에 여유있게 행사를 관람하고 즐기기가 어렵다. 형식적인 절차들을 줄였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여성문화예술기획(대표 안혜경)이 여성운동을 하던 그룹에서 분파돼 여성영화제를 이끌며 여성문화운동의 시초가 됐던 것처럼 지역에서도 전문적인 여성문화기획자가 나와야지만 여성문화운동을 꽃 피울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김소장은 “사실 충북여성영화제는 4월에 열린 7회 ‘서울여성영화제’의 출품작 중 호평받은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는 자리였다. 서울에서는 영화제 이후 부대행사로 문화행사들이 열렸지만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그럴만한 역량이 안된다. 지역에서 여성평론가, 여성감독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만의 영화제를 생산해 낼 수는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여성주간에 열리는 문화행사들은 영화, 연극, 미술관련 몇몇 행사들이 전부다. 연극은 충북도 기념식날인 1일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 ‘우금캄가 연극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을 공연한다. 여성미술제는 1일부터 6일까지 ‘오늘의 여성과 가족’을 주제로 청주예술의전당 1전시실에서 열린다. 2003년 33명의 여성작가가 모여 여성미술작가회를 창립하고, 이후 여성미술제를 이끌어왔다. 올해는 24명의 작가가 작품을 출품했다. 또한 사진전시, 음악회등이 소소하게 열리지만 ‘여성주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여성문화활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미묘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여성미술작가회 한 관계자는 “이번 전시주제는 가족이었다. 내부 토론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고, 기존 작품이 아닌 새로운 창작물을 고집했다. 이론적인 여성주의적 시각을 논하기 전에 이러한 문화활동의 싹을 밟는 것이 아닌 물을 주고 키워줄 수 있는 지자체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평등을 고취, 각인시킬만한 토론회도 중요하지만, 여성단체들은 일반대중을 위한 문화행사의 중요성 또한 인식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여성단체들은 “여성문화를 기획할만한 에너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민경자 충북도여성정책관은 “여성발전기금을 매년 조성하고 있지만, 이에 걸맞는 행사들이 나와주지 않고 있다”며 “여성운동가들이 이곳에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21세기의 패러다임은 문화이고, 또 여성이다. 따라서 지역의 여성단체들도 이제 여성문화기획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힘을 기울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