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동 달동네엔 오늘도 달이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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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수동 달동네엔 오늘도 달이 오른다 ”
  • 충청리뷰
  • 승인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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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희망공동체 보금자리 마련
홍자운법사 10년 정성 드디어 결실

홍자운, 많은 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소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그의 때묻지 않은 삶은 그동안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됐다. 그의 얘기는 불교에 귀의한 노총각의 인간 사랑으로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현재 공식 직함은 디지털 청소년 법당 흥덕사와 디지털 청소년 열린 상담실의 지도법사다. 청주의 대표적 달동네인 우암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청주시 상당구 수동 87~5. 259~5711) 말 그대로 이곳에서 수행도 하고 디지털 세대의 청소년과 소외층을 상대로 각종 사회복지 사업을 펴고 있다.
이런 홍법사가 조만간 큰 일을 벌인다. 현재의 위치에 3층짜리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이미 이름까지 정했다. 디지털 청소년 희망공동체. 공사가 시작된게 아니라 이제 겨우 부지매입을 논하는 정도이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의 생각은 아주 각별하다.

도움 받는 만큼 남을 도와야

홍법사는 지난 89년 쯤 불교에 입문, 특히 청소년과 사회복지 시설에 관련된 여러 활동을 벌여 왔다. 혜능보육원, 자혜원(대전) 충북청소년불자연합회, 파라미타 충북지부, 우리밀살리기운동 충북본부, 백련장학회 등이 그가 거친 공동체 들이다. 홍법사가 청소년 문제에 본격적으로 매달린 것은 99년 10월 부터다. 어느 불자의 도움으로 청주대 인근에 17평의 공간을 마련, 넉넉치 못한 청소년들을 맞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엔 지금의 70평 공간으로 옮겼다. 이곳에 300여명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상담을 하거나 과외(?) 생활을 한다. 아직 부족한 시설이지만 컴퓨터 TV 독서 노래방을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매주 모임을 같이 하며 무료급식과 복지시설 방문에도 나선다. 도움을 받는만큼 스스로도 남을 도울줄 알아야 한다는 홍법사의 뜻에 따른 것이다.
법당 흥덕사와 디지털 상담실은 순전히 후원자의 도움으로만 운영된다. 알음알음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후원자가 현재 500여명에 달한다. 후원금의 모집과 집행의 투명화를 위해 지로를 발행하는가 하면 원할 경우 연말 정산서까지 발급한다. 복지사업의 자율을 위해 앞으로도 관의 도움없이 순수 후원금이나 기탁만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홍법사의 생각이다. 이 정도의 후원자규모는 전국에서도 모범 사례다.

소외층에 대한 구제가 곧 수행

불우 이웃과 청소년을 대할 때마다 그들을 돕는데 항상 부족함을 느끼던 그는 1년전 모험(?)에 도전한다. 항상 아이들로 북적거리고 툭하면 가출 청소년들이 찾아와 마음의 안정을 찾는 지금의 공간은 인근 주민들에게 종종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를 고민하던 홍법사는 청소년 공동체 건설을 위한 땅 한평사기 운동을 시작한다. 곧바로 후원자들의 성원이 이어졌고, 지금 그 결실로 ‘디지털 청소년 희망공동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달동네에 희망의 달을 띄우려는 그는 요즘 또 한가지 어려운 결단을 내리려 한다. 수행에 정진하기 위해 가정을 안 갖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현재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그는 매일 다섯시간씩 참선함으로써 이미 구도자의 길로 접어 들었다. 주변에서 건네는 스님이라는 호칭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졌다.
홍자운법사는 자신의 과거를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현재 38세로 결코 넉넉하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고, 사찰과 사회복지 시설을 두루 접하며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사회복지를 공부했다는 정도만 들었다. 그는 불교가 아직도 대중사회와 괴리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에 대한 구제(救濟)역할에도 불교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소신이다. 스스로 소외층을 상대로 사회복지 사업을 벌이는 것도 이런 신념이 단초가 됐다. 스스로에 대해선 속세의 연을 털려고 노력하면서도 정작 마음은 그 속세의 구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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