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연수원, 이리저리 치인 기구한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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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연수원, 이리저리 치인 기구한 팔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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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천안 연수원은 그동안 두 번의 대선에서 대권의 9부 능선까지 올랐다가 좌절한 당의 운명을 말해주듯 기구한 팔자를 이어 왔다. 95년 건립된 연수원이 처음 언론에 본격 거론된 시기는 97년 대선 와중이다. 한나라당이 연수원을 담보로 500억원의 사채를 융통해 금권선거를 기도한다는 폭로가 당시 야당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이는 곧바로 선거정국에 태풍을 일으켰고,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당의 빚과사무처 직원들의 급여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기업어음을 할인하려 한 것 뿐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득표에 많은 손해를 봤다.

이후 연수원은 세계태권도대학설립추진위원회라는 단체에 의해 다시 매각설에 휘말려 한참동안 많은 억측을 양산했다. 이 단체는 이곳에 태권도대학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천안시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기도 했으나 실체가 애매모호한 유령단체의 인상만 주다가 흐지부지됐다.

이 과정에서 구설수에 오른 사람은 엉뚱하게도 자민련 대변인을 지낸 구천서 전의원.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지낸 구 전의원이 세계태권도대학설립추진위의 배후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구 전의원이 문제의 연수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빅딜설까지 나돌아 더욱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2003년 12월 태권도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배임 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구 전의원은 17대 총선 포기와 함께 한나라당 연수원 대신 청원군 옥산면 호죽리의 구 교통개발연구원 부지를 매입, 현재 큰 시세차익을 누리게 됐다. 한 때 골프장건설이 추진된 이 땅은 행정복합도시 등 여러 호재에 힘입어 큰 폭으로 뛰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천안 연수원은 400억원~500억원~600억원~700억원대를 왔다갔다 호가되다가 지금 다시 2000억원대까지 평가되는 파란만장한 역정(?)을 이어 왔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천안 연수원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때 무리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뒤늦게 애물단지로 변한 꼴이다. 설령 국가가 헌납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운영이나 보존문제로 아마 큰 골치를 썩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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