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군기지 건설’ 놓고 섬이 ‘들썩’
상태바
[기획]‘해군기지 건설’ 놓고 섬이 ‘들썩’
  • 충청리뷰
  • 승인 2002.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순항 ‘보안항구’ 건설 계획에 주민 크게 반발

‘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 ‘해군 부두’ 건설 계획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군본부가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결국 제주도를 ‘미군의 해군기지화’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항구는 화순항. 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데, 바로 옆에 산방산이 있다. 화순해수욕장의 끝 언저리에서 제주도의 명소 산방산이 시작된다. 10여 분 거리에는 중문관광단지가 있는데, 제주도의 서남쪽에 해당하는 곳이다.
화순항은 천혜의 아름다운 항구이다. 정부는 1994년 일반 민항을 중심으로 유람여객선과 마리나(요트 정박) 시설이 어우러지는 해양관광, 물류 중심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최근 국가안보상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군사기지 건설 계획이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10년마다 항만개발 계획을 수립하는데, 화순항을 ‘해군을 집단 수용하는 항만(해군 부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국방부(해군본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발계획에 포함시켰으며, 올해 12월 안으로 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다.‘해군 부두’ 건설계획은 최근에 알려졌다. 지난 6월 17일 ‘화순항 기본 계획 의견 수렴 공문’에서 ‘보안항구’라는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당초 계획안에는 ‘여객부두’, ‘일반화물부두’로 표기되었던 곳이 변경안에는 ‘보안항구’로 됐다.
이런 가운데 7월 11일 해군본부 담당 소장이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방문, 해군 부두 건설 계획을 밝히고 협조를 요청했다. ‘해군 부두’의 성격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화순항을 군사용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보안항구’가 해군기지를 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자 제주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제주군 안덕면 주민들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반대 안덕면 대책위’(이하 안덕면대책위)를 결성했고, 제주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농민회·주민자치연합 등 2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범도민 대책위(준)’를 결성했다. 반면 제주도재향군인회는 “안보상 필요하다면 건설해야 되지 않느냐”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안덕면대책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3일 20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화순해수욕장 일대에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안덕면 곳곳에 건설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산방산과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

‘미 MD 연계된 미 해군기지냐’ 군항 성격 놓고 논란

먼저, 해군본부가 건설을 추진하는 화순항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있다. 주민들은 해양수산부와 해군본부, 안보연구원 등에서 지금까지 나온 문구나 설명 등을 볼 때, 화순항을 미군의 해군기지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계획안에는 ‘보안항구’라 되어 있지만 ‘해군전략기지’라는 말도 나왔다.
안덕면대책위 오정훈 사무처장은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 해군사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해군 기동함대 전략기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가 곧 도입하기로 한 이지스함 구축과 관련이 있는 발언”이라 말했다.
정부측에서는 각종 문구와 설명 등에서 ‘최첨단 해군장비’를 갖춘 기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정상 이지스함 구축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와 연계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정훈 사무처장은 “이지스함을 배치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서 “이지스함을 들여오면서 화순항을 미국 MD 계획의 한 축에 두려는 속셈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화순항은 미 해군의 전략기지가 된다는 것.
이에 대해 해군본부 관계자는 “미 해군기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면서 “이지스함도 우리나라 배로, 화순항을 미군과 연계시켜서는 안된다. 이는 100% 장담한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군사 주둔 기지로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해 왔다. 이는 법률로도 공포되어 계획이 추진중에 있다. 주민들은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비무장’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측은 국제자유도시가 될 경우 마약밀매와 밀입국자, 해적 등 해상질서를 위해 해군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되면 세계금융과 물류 등의 중심이 되어 국제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각종 위협도 크다는 것. 그래서 군사 위협 대상이 되기에 ‘최첨단’ 장비를 확보해 군사적으로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오정훈 사무처장은 “해상질서 확보는 ‘이지스함’이 해야 할 일이 아니고, 당연히 경찰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제주도를 군사기지화 하면 그만큼 군사적 관심지역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본부 관계자는 “화순항 부두개발 문제가 주민들에게 확대된 부분이 있다”면서 “조만간에 있을 주민설명회를 통해 오해를 씻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도 논란이다. 정부측은 2006~2010년까지 6200억 원을 투입하고, 군인과 가족까지 5000여 명이 상주해 인구유입으로 경제 파급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해군부두’를 관광상품화해서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경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6200억 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항만사업은 국제입찰사업으로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폭은 좁으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군인이 들어옴으로 인해 사회공동체 파괴가 심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근 위원장은 “군인이 들어오면 지역경제 활성화보다는 전통적인 공동체의식이 무너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전략기지가 들어서면 산방산과 송학산 용마루 등 통제불능지역이 생기면 관광객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산방산과 송학산 용마루 등 관광지의 출입통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해군본부는 부인하고 있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용마루 쪽 마리나 건설도 예정대로 한다”면서 “산방산, 송학산은 예정대로 관광객의 출입이 가능하게 된다. 오히려 도로 건설 등으로 이용이 편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주민설명회 개최,
12월 확정 전망

제주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해군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며, “해군기지인지도 추측만 할 뿐 공식 입장이 없어 설명회를 해 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항만정책과는 “국방부(해군본부)의 요구를 반영했으며, 올해 12월경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항만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데, 국방부에서 화순항을 보안부두로 요구해서 반영했다”면서 “국방부와 상의해서 주민 설명회를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군본부 관계자도 “화순항 부두 건설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는 각종 훈련 등으로 미뤄지고 있는데,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 말했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