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의 양수겸장(兩手兼將),속내는 안전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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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의 양수겸장(兩手兼將),속내는 안전운행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9.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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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볼 것 없는 선택에 “본인 정체성 확립이 관건” 여론

정우택 전국회의원이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김종률의원에게 일격을 당한 후 약 1년 반만의 공식적인 정치재개다. 그의 한나라당 입당은 일견 자연스럽게 보인다. 총선 실패로 자민련을 탈당한 후 그가 줄곧 주장해 온 정치적 신념은 ‘군소정당은 불가, 집권여당이나 집권 가능한 제 1야당으로 정치재개’였다. 지금으로선 차기정권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그동안의 고민을 일거에 잠재우게 됐다.

정 전의원의 한나라당행은 예상대로 언론과 여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한 때 자민련 간판으로 활동하며 충북의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던데다 최근엔 내년 지방선거의 충북도지사 후보로 줄곧 거론되면서 지역정계에선 그의 운신이 나름대로 폭발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방언론들은 그의 한나라당행이 가시화되자 내년 도지사 선거구도와 연계시켜 많은 기사를 쏟아 냈다. 한나라당 내에서 향후 전개될 이원종지사와의 역학관계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을 내놨다. 가장 확실한 것은 이지사의 입장에서 정 전의원의 당내 존재는 그렇게 반길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앙당에서야 충북의 여론선점을 위해서도 정우택이라는 인물이 필요했겠지만 막상 정치적 이해관계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당내 인사들은 언젠간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될지도 모를 정 전의원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 본다. 중앙정치의 물을 먹은 사람은 기회가 되면 반드시 그 역할과 위상에 집착한다는 속설이 못내 걸리는 것이다.

정우택 전의원이 한나라당을 택한 배경은 여전히 많은 궁금증을 안긴다. 도지사 출마와 18대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역시 여러 의문이 따른다. 도지사 출마와 관련해선 ‘이원종’이라는 한나라당의 살아 있는 후보가 건재하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안 되고, 18대 총선 역시 앞으로 2년 반이나 남았기 때문에 정당 선택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그로선 다소 성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불과 한달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치판에서 2008년을 대비한다는 발상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인사들의 한나라당 입당이 노도(?)처럼 이어졌다가 막상 대선에서 실패한 사례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때문에 정 전의원이 이러한 여건들을 무릅쓰고 전격 한나라당을 택한 배경엔 당 차원의 모종의 ‘약속’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억측마저 제기됐다.

정치적 야인 부담 털고 소속감 가져
지금으로선 전 정의원의 한나라당행은 ‘안전운행’을 하고자 하는 의지의 결과라는 분석이 재배적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정 전의원은 결코 손해 볼게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그 첫째가 지역구 확보다.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자신의 지역구(증평 괴산 진천 음성)를 확실하게 챙기게 됐다.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더라도 현 김종률의원이 버티고 있는 한 차기를 보장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입당으로 이런 고민을 완전히 벗게 된 것이다. 이는 정 전의원에게 분명한 소속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정치재개를 내다보고 오래전부터 활동을 벌여 온 그를 가장 어렵게 한 것은 정치적 ‘야인(野人)’이라는 신분이었다. 정당도 없고 그렇다고 뚜렷한 직책도 없는 그에게 한나라당은 울타리를, 지역구는 살림집을 마련해 준 셈이 됐다. 여기엔 한나라당 상승분위기에 편승해 너도나도 입당하는 지금의 추세를 마냥 무시했다가는 자칫 영원한 야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제 3의 인물이 덜컥 자신의 지역구를 선점해 버리면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자민련 소속으로 소수정당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집권여당이나 제 1야당을 택하겠다는 발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되레 족쇄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유권자에 따라선 정치적 신념보다는 기회주의자로 비쳐진 것이다. 결국 그의 한나라당행은 야인으로서의 선문답 정치를 끝내고 본격 제도권 정치를 재가동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정치, 도지사 후보도 가능
자신이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정 전의원이 계속 즐겨야할 사항이다. 이원종지사와의 당내 경선가능성까지 기사화하는 언론이야말로 그로선 돈주고도 못 구할 우군이 되는 것이다. 그가 막강한 이원종지사를 간과(?)하고 한나라당을 택한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깔렸다고 봐야 한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 올인하지 않고 18대 총선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후보를 거머쥔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우택씨는 두 마리의 토기를 쫓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하나는 안정된 조직에 들어 와 도지사후보로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8대 총선에 대비하는 것이다. 만약 이원종지사와 도지사 후보를 놓고 경선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다.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져도 상관없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중앙정치권의 풍부한 인맥을 활용, 자신의 입지를 확보할 것이다. 이는 당장 당성이나 중앙인맥이 취약한 이원종지사와 비교된다. 어찌보면 정우택씨의 입장에서 한나라당 입당은 가장 편한 길을 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그에게 시운이 따른다면 도지사후보라고 넘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차피 이원종지사는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수세적 입장에 놓인다. 앞으로 청주 청원통합여부도 큰 변수가 된다. 지금이야 지지도에서 이지사와 게임이 안 되지만 정치는 미래가 없지 않은가. 본인의 정체성만 확고히 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창희를 본받아라”
이와 관련해선 “이원종지사가 출마할 경우 후보를 양보할 수도 있다”는 그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뜻 선배에 대한 깍듯한 예의 정도로 들리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만큼 향후 행보에 여유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고, 앞으로 본인의 정치적 운신이 한 차원 앞설 수 있음을 경고하는 암시이기도 하다. 이는 앞으로 당내에서 차기 도지사 구도와 관련, 어떤 일이 벌어져도 결코 손해볼 게 없는 정우택 전의원의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21일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경선하게 되면 하겠다”는 발언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당 등 정우택 전의원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선 경고성 발언도 만만치 않다. 한 정당 관계자는 “그는 이미 정당을 옮긴 전력이 있고 자민련을 버린 과정도 본인은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켰다고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떳떳치 못하다. 솔직히 총선에서 떨어지니까 탈당한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놓고 오랫동안 저울질을 한 것 역시 바람직한 처신이 아니다. 자칫 본인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잃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점에선 당이 잘 나갈 때나 어려울 때나 자기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 가는 한창희시장(충주)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정치인은 신념이 흔들리면 끝이다. 앞으로 지방선거 등 정치적 변수나 역동성이 복잡하게 얽힐텐데 과연 그가 이런 와중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유지할 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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