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놓고 ‘통일선봉대’ VS ‘정권연장 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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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놓고 ‘통일선봉대’ VS ‘정권연장 친위대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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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정략적 접근은 오히려 손해” 중론

지난달 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이재정 수석부의장이 청주를 방문했다. 이날 열린 도내 12개 시·군협의회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민간단체인 민주평통의 정치적 이용을 중단하라”며 즉각 비난 성명서를 냈고, 27일엔 자당 소속 시·군의원 대부분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민주평통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중단을 결의하는등 긴박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민주평통 또한 반박에 나서 성명을 내는 한편 자체 논의를 거쳐 저쪽(한나라당)에서 한번만 더 문제를 걸고 나올 경우 강력 대처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의 집단행동(?) 이후 정작 곤혹스러워진 것은 행정기관과 지방의회다. 내년도 예산안을 짜야 하는 시·군과 이를 심의할 해당 의회가 민주평통에 대한 예산지원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된다’ ‘안 된다’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큰 홍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그러잖아도 중앙 민주평통이 전국 시·군 지자체에 예산지원 확대를 공문으로 공식 요청한 상태여서 향후 사태의 추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청주시협의회의 경우 지난해 2000만원의 시예산이 지원됐는데 이를 5000만원선으로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자문위원 당적 확인 쉽지 않아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문제를 걸고 나온 것은 민주평통의 구성이 친정부 내지 열린우리당계 인사들로 이뤄져 정권연장을 위한 일종의 전위대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현 민주평통 청주시협의회(회장 남봉현)의 인적구성을 집중 비난했다. 민주평통 청주시협의회는 각계 인사 13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한나라당이 특별히 걸고 나온 것은 청주시협의회의 회장단과 고문, 그리고 각 분과별 책임자 등 소위 집행부에 속하는 인사들로, 이들의 정치색이 모두 친여쪽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청주시협의회의 공식기구는 남봉현회장을 비롯해 부회장에 박권순 변해성 안혜자 연철흠 유행렬 한병수, 고문에 이상록 김영회 김정기 김정웅 김효동 노영우 박학래 안민동 조성훈, 자문위원에 김도태 김승환 김형근 손문호 손현준 양병기 이재희 이항동씨 등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다 각 분과의 책임자로 민경헌(상당구 지회) 윤종일(흥덕구 지회) 박종희(기획) 정지성(교류협력) 신백철(교육홍보) 한규량(사회복지) 라미경(여성) 김영주(청년) 나신종씨(문화예술)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 분과별로 전체 회원(자문위원)들이 속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137명 전체 자문위원들의 정당관계는 일일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평통청주시협의회도 한나라당의 문제제기 이후 자문위원들의 당적확인에 나섰지만 성격상 쉽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이 문제삼은 회장 부회장과 고문, 자문위원등 집행부 성격의 기구엔 한나라당계 인사가 없거나 극히 드문 것은 사실이다. 이미 당적관계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사들에만 국한한다면 열린우리당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무당파와 민노당, 민주당 인사들도 눈에 띈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주장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민주평통을 단순한 잣대로 평가하는 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과거엔 지역유지 낯내기 조직으로 변질
민주평통은 1981년 군사정권에 의해 출범된 헌법기구(헌법 92조)로 대통령이 당연직 의장을 맡는다. 명분이냐 통일을 위한 초당적 헌법기구임을 지향했지만 실체는 달랐다.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집권여당의 친위대 역할을 한 것이다. 물론 선거 때도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통 관계자까지 스스로 인정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민주평통은 당초 취지인 통일문화 확산이 아닌 지역유지들의 낯내기 조직으로 변질됐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범 이후 민주평통은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봉착했다. 특히 현 이재정 수석부의장 체제 이후로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시도된 것이다. 이른바 5진아웃제라 하여 2년임기의 평통자문위원을 10여년 이상 맡으면서 오직 명함만으로 행세했던 지방토호세력들을 배척하는가 하면 현 12기 체제 구성때는 아예 통일지향의 신진세력을 대거 영입해 당초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급피치를 올렸다. 그러다보니 특히 수도권의 경우 절반 이상이 물갈이됐고, 이런 추세에 따라 충북에서도 김정웅(목사) 박종희(통일시대 충북연대 공동대표) 남정현(충북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송재봉씨(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12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영입되면서 상당부분 인적쇄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민주평통은 현재 국내 234개 지역협의회와 해외 23개 지역협의회로 구성돼 있다.

“참여한 후 비판” “차라리 해체” 맞서
민통청주시협의회측은 한나라당의 어깃장에 우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 때 자기들이 한일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지금 주장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우리는 공정한 공모와 추천을 거쳐 자문위원들을 선정했다. 다만 누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아니면 단순히 이름만 걸쳤나 하는 차이 뿐이다. 한나라당 인사중엔 자문위원으로 추천되고도 임기 내내 공식행사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통일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거나 열심히 활동하는 인사들을 주요 직책으로 영입하다보니 한나라당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친정부 친여당이라는 음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한나라당에서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논란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한계론을 폈다. 그는 “참여정부가 통일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마당에 한나라당은 아무래도 평통문제에 심리적으로 버거울 것이다. 과거 군사 권위주의 정권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여당이 보였던 행태 때문에도 그렇다. 이건 한나라당의 숙명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이런 이미지부터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례처럼 한나라당이 평통문제를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더 손해다. 국민에게 느껴지는 스스로의 정서적 한계 때문이다. 차라리 적극 동참하는게 나을 것이다. 적어도 통일문제와 관련해 지금 우리사회는 엄청나게 변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민주평통은 초당적 헌법기구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우리는 상식적인 선에서 원칙론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평통의 면면을 보면 완전히 친노무현계나 열린우리당 판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민주평통이 아니라 마치 열린당 평통쯤으로 보인다. 인적구성이 공정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의 인맥들이 어떻게 들어 오고 또 무슨 역할을 맡는지도 잘 모른다. 누가 봐도 정권연장을 위한 선거조직에 불과하다. 그래서 문제를 삼는 것이다. 통일은 자기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예산까지 늘려 달라는 판이니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게 됐다. 우리의 주장은 아무리 헌법기구라고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운영하려면 차라리 해체하라는 것이다. 쉽게 넘어가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박계동 이재정 술자리 사건이 기름부어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그 자격과 함께 선출 내지 추천방법이 관련법(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이나 자체 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청주시협의회도 이에 의거, 공모를 통해 자체 추천위원을 선정하는 한편 각 분야 내지 기관별로 책임자의 추천을 받아 현 12기 자문위원을 결정했다. 자체 추천위원으로는 노영우목사(종교계) 양병기청주대교수(학계) 남정현여성민우회대표(여성계)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NGO) 안민동충북로타리총재(경제계)가 선정돼 활동했고, 도지사와 청주시장, 그리고 도내 정당들도 추천권을 행사했다. 자료에 따르면 강모(37) 조모(66) 최모씨(46) 등이 한나라당 추천 자문위원으로 명단에 올라 있다.

광역 기초 등 지방의원들은 본인이 양해만 하면 당연직 자문위원으로 선정된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지금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충북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송파구 지역협의회 출범식에서 한나라당 박계동의원이 행사에 불만을 품고 이재정수석부의장 얼굴에 술잔을 뿌린 것이 결정적 기름을 부은 꼴이다. 과거 지역 유지나 토호세력들이 얼굴만 갖고 활동하던 민주평통의 체질을 개선해 명실상부한 통일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심각한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인내하며 민주평통을 당초 취지대로 통일시대에 대비한 조직으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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