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詩詩한 숲에서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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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詩詩한 숲에서의 산책
  • 충청리뷰
  • 승인 2019.08.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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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돈의 『어디에서 핀들 꽃이 아니랴』와 윤석위의 『종달새
김 은 숙 시인
김 은 숙 시인

 

여름의 절정을 詩와 함께 통과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평소 가까이 지내는 우리 지역 시인들의 시집을 마음먹고 다시 잡았다. 시를 통해 시인의 눈빛을 만나며, 우리 삶의 내력에 귀 기울이는 시간, 마음의 심지를 오롯이 돋우고 시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 수없이 일어나는 질문과 답을 다채로운 시인들의 목소리에서 듣는다.

시의 숲에서 만난 시인들의
눈빛과 목소리

▶상처 있는 존재에 대한 따스한 눈길과 위로 『어디에서 핀들 꽃이 아니랴』 (권희돈)
그러다가 문득, 노을이 붉은 날개를 접고 / 어둠이 산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밤이 오면 / 깊이 묻어둔 소중한 상처 몰래 꺼내어 / 뜨거운 눈물로 어루만지다 잠이 들었지 / 어둠이 어둠인 줄 모르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외로움을 모르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채송화2」부분

▶새와 나무의 숨결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순리와 삶의 자세 『종달새』 (윤석위)
달포 전 깨어난 / 새끼 딱새가 / 배롱나무 가지에 앉았다 // 제 깃털로 / 간질여 / 연분홍 꽃눈을 틔워주려고 -「딱새」전문

▶눈물 깊은 곳에서 상처의 꽃을 피워내는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성장)
상처의 흔적은 상처의 주변에 서성거린다 / 상처도 사랑이 있어 상처를 낳고 싶어 한다 / 세상이 상처투성이인 것은 / 상처가 맨살보다 훨씬 더 꽃에 가깝기 때문
-「상처」부분

▶옷깃을 여미고 아름다운 적막을 바라보는 『너는 아마 싱싱한 나무일거다』 (이인해)
어찌 보면 / 흰 꽃의 깊은 의미는 적막인 듯하다 / 하얗게 찬란하게 살고 물로 돌아가는 것은 / 어찌 보면 또 거룩하다 //(중략) // 꽃들의 전쟁터 같은 화단에서 / 흰꽃을 바라보는 나는 / 한참 아름다운 적막의 / 산모롱이를 돌아서 가고 있다 -「적막」부분

▶마음을 모아 오롯이 시를 향해 걸어가는 『매운 방』 (신준수)
저것들 박혀있던 어느 마음 하나 / 지금쯤 꽤 아프겠다는 생각이 든다 // 상처는 늘 뒤쪽에 남는 것이어서 // 박혀 있던 시간만큼 온몸에 돋는 이 상처의 수런거림 / 늑골과 늑골 사이 / 화농만장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 마음에게 압정은 무엇이엇을까
-「압정」부분

▶작업의 현장에서 삶의 꽃다발을 만드는 『아버지의 귀』 (박원희)
일하는 사암들은 / 발에서 꽃이 핀다 // 작업화 / 안전화 / 고무장화 //(중략) //밥꽃이 되고 / 삶꽃이 되고 / 희망꽃이 되고 / 사랑꽃이 되는 / 꽃다발을 만든다
-「작업화를 신으며」부분

▶삶의 중심에 시를 놓고 바닥의 말에 귀 기울이는 『눈부신 고독』 (이윤경)
미안하다 / 너를 너무 오래 가두고 / 무성한 잎과 화려한 꽃만 재촉하며 살았구나 // 탁, 쿵, 쾅 / 바닥이 바닥을 안으며 들려주는 말 / (중략) / 놓친 것들의 뼈아픈 비명으로 듣는다 -「바닥의 말」부분

▶오늘의 삶을 확인하며 곧은 자세로 사람의 길을 묻는 『상처를 잊다』 (류정환)
아삭아삭 새금새금 / 잘 익은 오이소박이 / 한입 베어 물고 생각한다 // 인생이 이만큼만 경쾌하다면 / 내 삶이 이만큼만 / 완성될 수 있다면 -「오이소박이」전문

▶별것도 아닌 것들 앞에서도 거룩해지는 『안녕, 나의 별』 (이종수)
눈길에서 / 꼭 마주치는 / 고라니 눈빛 같은 / 개머루, 까마중, 배풍등, 쥐똥, 찔레 열매를 보면 / 잎 다 떨구고 남은 / 형형한 눈빛을 보면 / 새를 보듯 숨을 멈추는 버릇이 생겼다 / (중략) / 참 별것도 아닌 것 앞에 / 거룩해지기도 한다. -「눈길」부분

▶화살과 과녁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 『과녁을 잊다』 (정진명)
과녁 하나만 보면 / 활쏘기는 오직 맞출 일이지만 / 과녁 하나만 잊으면 / 매순간이 황홀경이다 // 과녁 하나 얻어서 모든 걸 잃고 / 과녁 하나 버려서 모든 걸 얻으니 / 활 쏘는 나를 들여다보느라 / 눈앞에 어른대는 과녁을 잊다 -「과녁을 잊다」부분

 

그대의 향기가 궁금하면
2019 대한민국독서대전의 행사로 8월 31일 저녁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시 콘서트 <바람과 풀꽃의 노래를>에는 충주출신의 함민복 시인을 비롯하여 이안, 함기석, 윤석위, 임승빈, 신영순, 박순원, 류정환, 이종수 시인 등 충북의 시인들과 김창완 동시작가가 함께 참여한다. 우리 삶의 향기, 사람의 향기가 궁금하면 바람과 풀꽃의 노래를 듣는 시의 숲으로 함께 들어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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