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공론화 생략된 '열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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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공론화 생략된 '열린도서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9.09.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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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오 시립도서관 내 츠타야도서관과 별마당도서관의 ‘짬뽕’사례
뒤늦게 안 청주지역서점조합 “도전장 내밀었지만 입점 가능성 희박”
청주시는 열린도서관 건립 비용 34억원을 지원한다. 인테리어비 25억, 책 구입비 9억(책 7만권)원도 포함돼 있다. 지금 청주시에선 공간을 다 만들어주고, 매달 8100만원의 지원금까지 주면서 이를 운영해줄 서점을 모집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는 열린도서관 건립 비용 34억원을 지원한다. 인테리어비 25억, 책 구입비 9억(책 7만권)원도 포함돼 있다. 지금 청주시에선 공간을 다 만들어주고, 매달 8100만원의 지원금까지 주면서 이를 운영해줄 서점을 모집하고 있다. 리모델링 중인 문화제조창 내부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문화제조창C엔 문화가 없다
시의회, 단체 반발

문화제조창C에 추진하는 전국 최초의 도서관+서점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연초 연초제조창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이후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도서관 사업이 진행됐다.

그 후 도시재생과, 시립도서관 직원들은 일본 다케오시에 있는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하러 줄줄이 떠났다. 시장과 시의원들도 이들의 방문에 동참했다. 이곳은 다케오시립 도서관과 민간 서점인 츠타야 서점이 한 공간에 있다. 인구 5만인 도시에서 다케오시 시장은 스타벅스와 츠타야 서점을 유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이 이곳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우리나라 지자체 단체장들이 유행처럼 이곳을 방문했다.

청주시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모델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츠타야 서점의 운영방식은 청주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는 다케오시가 츠타야 서점의 운영 노하우를 시립도서관에 녹여낸 것은 맞다. 하지만 도서관의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당연히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사회에서도 이 모델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CCC그룹이 카드회사이기 때문에 공적 정보를 유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도서구입비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케오시장은 친 아베주의자다. 결국 그는 이후 도지사에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지금 CCC그룹에 취직해 있다고 귀띔했다.

 

겉만 벤치마킹한 청주시

 

김병록 숲속작은책방 대표는 대출이 안 되는 곳을 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없다. 츠타야 서점의 겉만 보고 온 것 같다. 츠타야서점은 그나마 노하우를 축적한 서점이라지만 북스리브로는 어떠한가. 정치적 논란을 떠나 서점업계에선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곳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주시는 츠타야서점(서점이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점)과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대출이 되지 않는 도서관)의 모델을 섞어 열린도서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내용들이 지역사회에 비공개된 것이다. 사실은 지난 6월 말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 이 안이 보고됐다. 하지만 정작 도서관 업무가 속해있는 복지교육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시정대화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유영경 의원은 도서관 예산이 매달 8100만원 투입되기 때문에 당장 추경에 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해서 그 때 알았다. 당연히 복지교육위원회에서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한 도시재생과에선 복지교육위원장에게 말은 했다고 답하더라. 시의회엔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모임도 있는데 이러한 얘기가 공론화 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청주시는 2016년부터 지역서점 살리기 운동으로 상생충북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상생충북에는 지역서점, 지역작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17개 서점들이 문화사업을 할 때 강연비를 시가 한 달에 최대 40만원 지원하고 있다. 1년 예산은 480만원이다. 시는 상생충북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

 

108일 개관하려 했는데

 

청주시는 오는 108일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열린도서관을 개관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문화제조창C의 운영사인 원더플레이스는 북스리브로와 이미 지난 3월부터 수차례 논의를 해오고 있었다.

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엔 청주지역서점조합(청주시내 17개 서점 참여)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임준순 청주지역서점조합 대표는 임대료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또 서점이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대형프랜차이즈서점에게 지역의 문화공간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라고 판단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입점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단 원더플레이스에 사업서류를 내기로 했지만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지역사회가 재점검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역서점조합이 이 같은 정보를 안 것은 7월초다. 뒤늦게 입점 희망 의사를 밝혔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임 대표는 최근 원더플레이스 이사를 만났는데 북스리브로와 계약할 확률이 90%라고 했다. 조합이다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고, 시에서는 임대료를 매번 다르게 얘기해서 헷갈리게 했다. 지역서점이 임대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바로잡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상생충북 관계자 또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서점은 서점대로,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운영하면 된다. 청주시가 말도 안 되게 일을 꼬이게 해놓고, 대형서점에 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청주시가 매달 13명의 도서관 직원들에게 7600만원 상당의 인건비를 주기로 했다. 그들의 소속은 어디인가. 청주시가 아니라 영리 서점 소속이다. 결국 세금으로 영리서점 직원의 월급을 주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또 이 지원금에 대한 관리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 문화제조창C는 지금 부동산 투자회사 리츠-원더플레이스-서점으로 계약관계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시 보조금 성격이라면 계획에 따른 최소한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빗겨나 있다.

한 서점인은 실제로 한 공간에 도서관과 서점이 위치하는데 도서관으로 뽑힌 직원이 서점 일을 할 수도 있다. 누가 감시할 수 있나. 직원이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고, 매번 바뀔 것인데 서점 책을 꽂는 것인지, 도서관 책을 정리하는 것인지 알 길이 있나. 진짜 이상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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