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가는 세월 아쉬운 청주 왈패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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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가는 세월 아쉬운 청주 왈패들의 반란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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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졸업 청주시 초등학교 연합체육대회가 주목받는 이유

오는 30일(일) 청주 한벌초등학교에선 아주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1965년 청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50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합체육대회를 갖는 것이다. 공식명칭은 65년 졸업 청주시 초등학교 연합체육대회다. 이날 체육대회엔 한벌초등학교를 비롯해 석교, 청남, 중앙, 덕성, 교동, 교대부속, 주성초 등 모두 8개교의 동문, 그 중에서도 꼭 40년전인 65년에 졸업한 400여명이 참가, 각종 게임과 노래자랑을 같이 하게 된다. 지금은 초등학교 수가 엄청 많이 늘어났지만 당시만 해도 청주 도심의 초등학교는 이 8개교가 전부였다.

이 행사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엔 주성초 동문(회장 한태수·일양건설)이 주관했는데 매년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준비를 맡는다. 올해는 한벌초(회장 연덕희 청주동부경찰서 청주공항분실장)가 모든 행사를 주관한다. 청주시 초등학교연합회 박정화사무국장(한벌초 졸업)은 “지난해 7월쯤 몇몇이 의기투합해 연합회를 출범시켰다. 그해 11월 7일 첫 행사를 치르는데 너나 할것없이 적극적이었고 호응이 너무 좋았다. 학교별로 내는 1백만원이 참가비의 전부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올 행사엔 참가자가 더 늘어날 조짐이다. 전국에서 다 온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졸업한 학교는 다르지만 대부분 서로 가까운 친구 내지 지인관계라는 점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청주권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거치면서 다시 얼키설키 동창이나 동문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연합회 출범의 취지는 단순하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나이 60을 향하게 됐고, 더 늙기 전에 만나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자는 것이다. 특히 이들의 나이가 대부분 54, 55세로 전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유년기를 보냄으로써 초등학교 모교나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세상 좁다고 정신없이 뛰어 다녔지만 막상 가는 세월엔 대책이 없다”는 한 관계자의 말에서 이런 정서가 물씬 묻어 난다.

특히 이들은 현재 청주권에서 가장 큰 압력단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나같이 지역 사회 각계에서 중책을 맡아 여론을 선도한다. 나이를 보든 사회경력을 보든 주변 사람들에게 그만한 중량감으로 다가 오거나 인식되고 있다. 충북도 한범덕정무부지사도 이 집단(?)에 속한다. 특히 지역사회 요소요소에 포진, 많은 역할을 맡음으로써 이들 내부에선 자기들 스스로를 ‘왈패’라고 부르며 서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버릇마저 있다. 그만큼 현재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어 직장인의 경우 점차 퇴진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이래저래 연합체육대회가 숱한 얘기를 만들어 낸다.

지난해 첫 행사에선 서로 사돈을 맺자는 농담도 많이 나왔다는 것. 자녀들 대부분이 이미 혼기가 꽉차거나 근접한 상태라서 부모들의 걱정은 여기라고 예외일 수 없다. 자신들의 노후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머지 60세가 되는 해의 행사에선 학교 운동장에 공동으로 회갑상을 차리자는 제안이 요즘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연합회 출범과 체육대회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연합회측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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