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쌀뒤주와 황금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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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쌀뒤주와 황금거위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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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청주 용암1동 동장 )
   
도깨비 쌀뒤주! 전래동화에 나오는 퍼내어도 퍼내어도 다시 채워지는 도깨비 쌀뒤주!

배를 곯아야 했던 시절 배고픔의 고통이 만들어낸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마르지 않는 쌀뒤주가 있다.

지난 10월 1일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마을축제(2005비룡축제)에서는 특별이벤트로 ‘도깨비쌀뒤주’를 설치하였고, 그 이름의 독특함 만큼이나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뒤주는 어려운 이웃이면 언제든지 쌀을 가져갈 수 있고,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언제든지 남몰래 쌀을 채울 수 있는 주민 스스로의 쌀 나눔 매개체이다.

도깨비쌀 뒤주가 운영된 지난 한 달 동안 공식적으로 나간 쌀이 400kg이 넘는 것을 보면 남몰래 쌀을 채워주는 도깨비 같은 선행의 주인공들이 우리 주변엔 아직 많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아직도 끼니를 걱정하는 이웃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으로도 보인다. 또한 쌀을 가져가는 이웃들이 그나마 이 뒤주로 인해 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쌀뒤주를 운영하다 보니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매일 하나씩 황금 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주인이 한꺼번에 많은 황금을 얻고 싶은 욕심에 배를 갈랐고 황금은커녕 거위까지 잃었다는 이야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24시간 언제든지 쌀을 퍼갈 수 있도록 운영하던 도깨비 뒤주가 일부 비양심적인 시민들의 거위 배 가르기식 행동 때문에 야간에는 사무실 안으로 들여 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번에 많은 양을 가져가다 못해 승용차를 동원해 뒤주를 통째로 비워가는 비양심적인 시민 때문에 결국 쌀뒤주 운영 1주일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몇 년전 청주환경운동연합이 자전거 타기 운동의 일환으로 청주 ‘양심자전거’를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가 분실한 사례가 떠올랐다. 자전거 한대, 쌀 한 뒤주의 가치보다 함께사는 세상살이에 사람에 대한 믿음은 몇 곱절 큰 가치가 있다.

앞으로는 야간에 남몰래 쌀을 채우고 싶은 분들도 낮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반대로 남의 이목을 피해 밤중에 필요한 만큼 쌀을 퍼가던 불우이웃들도 천상 낮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두사람의 양심불량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는지 꼽씹어 봐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러 독지가들과 뜻있는 기관의 도움으로 뒤주가 비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의 거위 배 가르는 행동으로 황금 알도, 그것을 낳아주는 이웃들의 사랑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깨비뒤주가 있는 용암1동사무소 벽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양심으로 퍼가시고 사랑으로 채워주십시오’ 앞으로도 도깨비 뒤주에 담긴 사랑이 지속되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설움을 달래고, 전래의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이 계승 발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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