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氏, 지금 달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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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氏, 지금 달리고 있습니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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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자 휘(충청대학 공연영상제작학부)
   
“지금은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최근 모 그룹 회장이 이런 얘기를 했다. 비즈니스의 속도에 대해서 강조한 것으로, 발빠른 시장개척과 시기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많이 듣던 내용이지만 그래도 콕 찍어서 날씬하게 정리해주니까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문득 ‘충북의 속도’를 생각해 보았다.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라고 한다면 지금의 충북은 과연 빠른 가 아니면 느린가? 여기서의 빠름과 느림은 행동의 속도도 있지만 생각의 속도도 물론 포함이 될 것이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게이츠가 쓴 책 ‘생각의 속도’는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성공은 생각의 속도에서 좌우된다는 내용으로 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디지털이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지는 않았기에 그의 금쪽같은 예언이 피부에 심각하게 와 닿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6년이 지나 2005년이 된 지금, 디지털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은 이제 누구에게나 전공필수이고, 유비쿼터스 개념으로 많이 인용되는 모바일뱅킹, DMB, 아파트광고에 나오는 홈네트워크 등의 전공선택과목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하루는 디지털로 시작하고 디지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모든 생활분야에서 ‘속도’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늘상 기회 있을 때마다 자사 임직원들에게 5년 후, 10년 후 먹고 살 거리를 찾으라고 다그친다. 미래를 대비하고 먼저 움직여야 굶어죽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그는 ‘디자인’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미래 비즈니스의 트렌드를 디자인으로 본 것이다. 당연히 그 트렌드에 맞게 임직원들의 ‘생각의 속도’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각의 속도’는 과연 몇 킬로일까?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달려야 과속이 아니고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위의 3가지 이야기를 연결해 생각해보면서 나는 나름대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생각의 속도’를 정의해보았다.

5년 뒤, 10년 뒤의 트렌드를 예감하고 그 변화에 발맞추어 ‘생각의 엑셀레이터’를 밟고 달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생각의 속도’라고. 이런 시각으로 볼 때 이번에 무산된 청원청주 통합은 참으로 안타깝다.

굳이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이대지 않아도 미래는 국가와 국가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의 경쟁이 트렌드다. 즉 한 도시의 브랜드와 또 한 도시의 브렌드가 경쟁하는 시대인 것이다. 작게 보면 국내의 도시끼리 경쟁하고 크게 보면 세계의 도시끼리 경쟁하는 시대다.

5년 뒤에 또 다시 통합논의가 된다고는 하지만 이미 충북은 아니 청원 청주는 ‘생각의 속도’에서 한참 뒤쳐질 것이다. 미래의 1년은 과거의 10년이라고 볼 때 청원청주 통합무산은 5년이 아니라 50년의 후퇴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옆 동네는 가장 성공적인 ‘생각의 속도’로 달려 나가서 흰쌀밥에 고깃국 먹고, 때때옷 입고, 좋은 차에 좋은 집에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우리 동네는 풀만 뜯어 먹고 살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 온다면 그건 누가 책임을 질까?

앞으로의 빈곤은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다. 밥만 먹고 살면 다 만족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비싸고 맛있는 거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고,좋은 차를 갖고 싶으면 척척 살 수 있고, 아들 딸 유학보내고 싶을 때 부담없이 보낼 수 있고, 해외여행 가고 싶을 때 동네 공원 가듯이 자유롭게 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전남 함평이 ‘나비’로 날아올라 돈을 벌고, 강원도 양양이 ‘연어’로 거슬러 올라 돈을 벌고, 충남 보령이 ‘머드’로 색칠하며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그 누구도 거들떠 보지않던 한 시골마을 깡촌이 ‘고로쇠물’로 돈을 벌고 문화마을이 된 것은 콘텐츠의 힘도 있지만 문화 트렌드에 맞는 ‘생각의 속도’로 달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날로그 트렌드에는 아날로그의 속도가 통한다. 그러나 디지털 트렌드에는 아날로그의 속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보고 또 보고 속까지 내시경으로 확인해봐도 디지털이 트렌드다. 남들은 디지털의 속도로 빠르게 신나게 달리는데, 충북은 아날로그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뼈저리게 한번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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