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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를 새로 태어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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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를 새로 태어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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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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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 빈치의 『프리다 칼로 -전설이 된 예술가의 인생과 사랑』
김 성 신 출판평론가 한양대 겸임교수
김 성 신 출판평론가 한양대 겸임교수

 

“머리에 똥만 가득한 남성 우월주의자들, 난 초현실주의가 뭔지도 몰라” 1939년 피에르 콜 갤러리에서 열린 <멕시코전>에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이 쟁쟁한 당대의 거장들은 그녀를 초현실주의 화가로 인정한다. 그러자 프리다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남긴 말이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작품들은 유럽의 미술사조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와 눈물, 그리고 조국 멕시코의 전통에 근간이 있다며 거장들의 찬사를 무시한다.

실존 인물들의 삶을 담은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이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나머지 도무지 드라마로는 만들 수 없겠다 싶은 이야기가 펼쳐질 때가 있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도 그랬다. 6살 그 어린 나이 때부터 소아마비로 고통받았는데, 18살에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단순한 부상이 아니었다. 타고 있던 버스와 전차가 충돌하면서 그녀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강철봉이 척추와 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 나왔고 오른발이 짓이겨졌다.

온몸에 깁스를 한 채 꼬박 9개월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팔만은 자유로웠다. 그녀는 그 실낱같은 자유로움을 붙잡아 자신의 새로운 운명을 만든다. 부모님은 딸을 위해 병상에 누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젤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거울을 볼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준다. 칼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이탈리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반나 빈치는 『프리다 칼로 -전설이 된 예술가의 인생과 사랑』을 통해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과 인생을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프리다 칼로가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그 대목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나의 일부분이 나와 함께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매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난 나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어. 매일 감춰진 나의 일부분을 발견해 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새로운 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인 듯이 말이야. 난 나를 새로 태어나게 했어.” 이런 대목을 통해 독자들은 프리다 칼로가 평생 자화상을 그렸던 배경과 이유를, 나아가 그의 예술관까지, 지극히 공감하며 이해하게 된다.

피카소, 칸딘스키를 향해 소리치다
그렇게 산산이 부서진 시간 속에서 운명은 장난꾸러기처럼 새로운 드라마로 재구성되기 시작한다. 프리다 칼로는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다. 프리다 칼로는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리베라를 만나게 된다. 당시 그는 멕시코와 혁명을 대표하는 미술가라고 불릴 만큼 이미 명성이 자자한 작가였다.

프리다 칼로-전설이 된 예술가의 인생과 사랑 반나 빈치 지음 이현경 옮김 미메시스 펴냄
프리다 칼로-전설이 된 예술가의 인생과 사랑 반나 빈치 지음 이현경 옮김 미메시스 펴냄

 

그녀의 그림을 본 리베라는 이렇게 표현했다. “프리다의 작품에서 예기치 않은 표현의 에너지와 인물 특성에 대한 명쾌한 묘사, 진정한 엄정함을 보았다. (…) 잔인하지만 감각적인 관찰의 힘에 의해 더욱 빛나는 생생한 관능성이 전해졌다. 나에게 이 소녀는 분명 진정한 예술가였다.”

이 극찬에 가까운 평가는 프리다 칼로가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시작된다. 훗날 프리다 칼로는 이 만남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내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사고가 있었는데 한 번은 전차에 깔린 사고고, 두 번째 사고는 리베라를 만난 것”이라고. 그렇다. 말 그대로 사고였다. 남편이 된 이 남자는 훗날 아내의 동생과 불륜까지 저지르며 프리다 칼로의 내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프리다 칼로는 언제 행복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끝없이 이어진 그의 고통을 마주해야만 한다. 오히려 그래서일까? 자꾸 그녀의 행복을 묻고 싶어진다. 물론 답은 프리다 자신과 신만이 알 것이다. 나는 가만히 짐작해본다. 그러자 내가 만약 프리다였다면 이 순간에 정말 행복했을 것만 같았다.

피카소와 칸딘스키와 뒤샹을 향해 ‘머리에 똥만 가득한 남성 우월주의자들!’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순간 말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묻는 것은 애당초 답을 구하려는 질문이 아니다. 이것은 내 삶의 철학을, 그리고 나라는 인간의 정체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말하자면 질문을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프리다 칼로가 평생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을 탐험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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