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 꿈꾸는 ‘길동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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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아지트 꿈꾸는 ‘길동무도서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9.20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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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프라 만들고자 책을 통해 주민네트워크 형성
인문강좌로 입소문 나, 이젠 남녀노소 찾는 동네사랑방

홍승표 관장은 책이 좋아 8년 전 작은 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알바를 뛰어야 했지만 책을 매개로 이런 저런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이들과 독서동아리를 만들고, 때로는 전문가를 불러 강좌를 열기도 했다. 작은 도서관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그러던 2년 전 작은 도서관을 길거리로 이전했다.

 

(왼쪽부터) 김명진, 홍사린, 홍승표  /육성준 기자
(왼쪽부터) 김명진, 홍사린, 홍승표 /육성준 기자

 

이름을 길동무도서관으로 바꿨다. 인생길 가는데 사람들 모두 동무라는 생각이 반영됐다. 또한 주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목적도 있다. 홍 관장은 이사 오기 전에는 지혜의등대 도서관이었다. 브라질의 도시 꾸리찌바에 위치한 도서관 지혜의등대에서 착안했다. 꾸리찌바는 다민족도시로 문화생활에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 도서관은 주민들에게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작은 희망을 전해줬다. 우리 작은 도서관도 그런 의미를 주는 공간이 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목회활동을 하던 그는 작은 도서관과 교회를 함께 운영했는데, 이번에 이전하며 교회 간판은 뗐다. 그러자 길거리에서 작은 도서관에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청주시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후문 앞에 위치한 도서관에는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도 방문한다. 홍 관장은 작은 도서관이 동네를 위해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올해 청주행복교육지구 인프라구축사업에 참여했다. 인프라구축사업은 동네의 마을 자원들을 찾아내서 교육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사업이다.

길동무도서관에는 홍 관장을 비롯해 공방지기인 부인 김명진 씨, 도서관지기인 아들 홍사린 씨가 함께 일한다. 가족들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작은 도서관과 도서관에 연계된 공동체를 꾸려간다. 올해 이들은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아이에게도 좋은 효과가 전해진다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슬리퍼 신고 강연 듣자

 

길동무도서관사람들은 어른들이 정서적으로 성숙해야 아이들도 잘 성장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은 길동무인문학교. 강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쉼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회, 문화, 환경,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했다. 3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4번 남았다.

인문학교는 독서동아리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시작했다. 특히 엄마들의 참여가 높았다. 아로마테라피스트인 공방지기 김명진 씨가 진행하는 독서동아리는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연한 기회로 5명의 엄마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동네에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15명이 넘는 엄마들이 찾는다.

김명진 씨는 아이 손잡고 오는 엄마들도 있다. 따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동네에 입소문이 났다“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동네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정리해서 자료집으로 만드는 것은 도서관지기 홍사린 씨의 몫이다. 모임이나 강연을 녹취해두고 사진을 찍어 하나씩 활자로 바꾸는 일을 한다. 또한 온라인 알림활동을 펴고 있다. 책에 대한 길동무도서관사람들의 서평, 그리고 독서모임에 대한 홍보도 그의 몫이다. 11월까지 강연이 마무리되면 1년간의 활동을 엮을 계획이다.

청주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후문에 위치한 길동무도서관 /육성준 기자
청주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후문에 위치한 길동무도서관 /육성준 기자

 

텃밭에서 키운 것 팔아요

 

엄마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보니 다양한 요구들이 생겨났다. 홍승표 관장은 한 달에 한번 작은 도서관에서 길동무장터를 연다. 보은에서 키운 포도를 갖고 오는 사람도 있고, 샀는데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아 처치곤란인 물품을 갖고 오는 이들도 있다동네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소소한 축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장터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엄마들의 요구에 따라 아이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연다. 그 경험 때문인지 이제는 아이들이 길동무도서관을 찾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홍 관장은 올해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구상하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모임을 계획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다른 사업들이 너무 바빠 미뤄두고 있었다. 하반기에는 꼭 한번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길동무도서관은 용암동에 숨어 있는 마을 자원들, 텃밭 가꾸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가까운 거리에서 체험활동을 즐기고 싶은 엄마들을 찾아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이들과 함께 문화가 꽃피는 동네를 만들어 간다.

 

/육성준 기자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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