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서울고속 권영선 회장]
“고향에 대한 애착이 사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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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서울고속 권영선 회장]
“고향에 대한 애착이 사업의 비결”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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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업계에 새바람 일으켜 주목
최근엔 고향 쌀 대규모 구입해 귀감
서울고속은 좀 남다른 면이 있다. 운수회사마다 적자타령을 하는 마당에 되레 요금을 낮추는가 하면 운행 버스도 최신식으로 교체해 주목을 받았다. 청주~서울간 노선을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에겐 서울고속이 확실하게 각인됐다.

   
고객편의를 우선 고려하는 노선을 개발하고 경쟁회사에 비해 요금을 낮추는 대신 오히려 서비스는 향상시키는 경영전략이 처음엔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예 매니아가 됐다. 때문에 인터넷 사이버상에도 이들 고객들의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물론 서울고속을 한껏 띄우는 내용들이다. 이로 인해 경쟁업체엔 바짝 비상이 걸렸고,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서울고속은 이런 공적에 힘입어 청주경실련이 주관하는 기업 정도대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운수회사를 칭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만큼 서울고속은 시민을 위한 공격적 경영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런 배후엔 권영선회장(72)이 있다. 스스로를 기름쟁이로 칭할 정도로 평생 운수업과 인연을 맺은 그는 말 그대로 업계에선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직접 트럭을 운전하며 서울에서 연탄을 가져다 파는 그야말로 시덥잖은 사업가로 시작해 지금은 버스 260대(서울고속·청주)에 택시 300대(대한상운·서울)를 거느린 전국에서도 몇손가락에 꼽히는 기업가가 된 것이다. 그런 권회장이 최근엔 쌀문제로 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신의 고향인 음성 금왕에서 생산되는 쌀을 대거 구입해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다. 권회장은 회사직원들에게 고향쌀 구입을 설득하고 구내 식당에서도 아예 고향쌀만을 사용토록 해 물량을 대거 소화시키고 있다. 또한 자신이 서울 뚝섬에서 운영하는 대형 수퍼마켓에도 고향쌀만을 상설 매장에 올리게 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들어 지난 10월 말 현재 음성 금왕농협에서 생산한 쌀 4800부대를 판매했으며 올 연말까지는 6000부대를 소화한다는 것이다. 권회장의 이런 선행은 쌀수입 등으로 농가마다 큰 어려움에 처한 현실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권회장은 체질적으로 고향을 챙긴다. “충청도라면 무조건 좋다”는 그의 말은 결코 예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고향에서 10대째 뿌리를 박아 온 정서적 바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꼭 보은(報恩)을 하고 싶다는 의무감이 항상 앞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때는 금왕읍 노인정에서 소비하는 연탄과 경로잔치를 모두 책임졌으며 지금의 음성고 교문도 그가 해 준 것이다.

얼마전엔 음성군 원남면 조천리와 1사 1촌 자매결연을 맺고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각종 단체의 책임자도 고향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재경음성군민회장을 지낸데 이어 현재 충북협회 이사로 있으며 서울 성동구 충우회장도 20년째 맡는 중이다.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에서도 여러 단체를 책임지며 충청도 출신 공직자들은 어김없이 찾아 많은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권회장이 고향쌀 구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농촌 관련 대규모 행사를 참관하고 부터다. 충북체육회관 앞에서 열린 이 행사에 여러 농특산물이 출품됐는데 막상 행사장을 찾은 대부분이 충북 사람이라는 데에 실망을 느낀 그는 충북 쌀을 외지에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 것이다.

“도내에서 아무리 큰 행사를 해 봤자 여기 사람들만 찾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들은 어차피 충북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는 사람들이다. 외지로 팔아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고향쌀을 구입해 불우이웃돕기에 활용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고향쌀 소비를 주장하다보니 어느 땐 도정상태가 나빠서 오해도 받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중간상들의 장난과 덤핑 경쟁을 막기 위해서도 이같은 직접 구매와 판매가 절실하다. 사실 외지에서 고향 쌀을 먹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들에게 고향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는가. 앞으로도 고향쌀 소비에 앞장서겠다.”

운수업계에선 국내 굴지의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청주에서 운행하는 그의 승용차는 수년째 ‘옵티마’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운수회사 책임자들의 회의라도 있게 되면 권회장의 승용차가 가장 초래해 보인다. 그는 이 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닌다. 청주와 서울을 오갈 때는 항상 자사 버스를 이용해 서비스 등 모든 것을 꼼꼼히 확인한다.

운전기사들의 입장에선 이날은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이에 대해 권회장은 “고향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고향사람들한테 우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특별히 강조한다. 이에 곁들여 하는 말이 “고향은 친정과도 같다. 친정이 잘 살아야 시댁에서도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충북에서 인정받아야 서울에서도 대접받는다”이다.

지금도 사석에서 대뜸 폭탄주부터 권할 정도로 건강체질인 권회장은 평생 운수업을 해 온 사람답게 이 분야에 특히 자긍심이 많다. 그만큼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기계 및 기종에 대한 지식도 남다르다.

현대에서 포니가 처음 나왔을 땐 자체적으로 연료를 절감하는 장치를 개발, 사용했는데 현대가 그대로 이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사관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을 말한다. 단 1%만 나빠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한번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철학이다.

서로가 믿음을 갖지 않으면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절대로 불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선 서로 단 1%의 불신도 안기면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희망사항을 묻자 권회장은 “노년에 더 바랄게 있겠느냐”고 반문한 후 예의 고향사랑을 강조하며 여유있는 회사, 여유있는 직원, 여유있는 인생을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까이 할 것을 특별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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