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인권사각지대, 이주여성] ② 대안은 이렇다
“방치하면 곪아 터진다” 위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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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인권사각지대, 이주여성] ② 대안은 이렇다
“방치하면 곪아 터진다” 위기 공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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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기구 설치, 종합교육과 서비스 제공이 관건

국내에서 결혼하는 10쌍중 1쌍이 국제결혼에 해당되고, 이중 농촌총각이 외국여성과 결혼하는 비율은 4쌍중 1쌍이라는 통계는 이주여성 문제의 현 주소를 실증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만명 이상의 외국여성이 한국남자와 결혼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제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남자와 결혼하거나 직업 혹은 생존을 위해 한국을 찾아 정착하는 외국여성, 즉 이주여성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조짐이다. 문제는 속성결혼(?)의 남발에 따른 역기능이 최근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기간의 사귐이나 전문직 공유를 매개로 한 만남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농촌총각의 경우처럼 단기간의 짝짓기는 문제발생의 소지를 필연적으로 안는다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현안이 됐다.

   
▲ 이주여성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와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2세 문제를 염려하며 조만간 한국사회에 큰 그늘을 안긴다는 경고를 숨기지 않는다. 사진은 이주여성들이 요리수업을 마치고 기념촬영한 모습.

이주여성들에 대한 상담사례를 분석하면 입국한지 얼마 안 되는 아시아권 여성들이 특히 곤경에 처한 경우가 절대적이다. 상대국에 대한 별다른 사전지식도 없이 단순히 한류바람에 현혹되거나 결혼정보업체의 주선으로 서류와 사진교환, 그리고 한두번의 방문 면담으로 결혼이 이루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부작용인 셈이다. 실제로 이주여성중엔 “속았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들 여성은 일단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버림을 당하면 말 그대로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한다. 게다가 언어소통까지 어려워 자신에 대한 변호나 구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서로 죽자살자 사귀다가 결혼한 한국 커플들도 어느 한 순간의 갈등이나 의견차로 갈라지기 일쑤인데 이들 외주여성들이야 한국 여성에 비해 두 배 세배의 취약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까지 이주여성문제는 일반 여성문제의 종속개념으로만 치부되어 왔다. 그나마도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치여 여론화가 더 어려웠던 것이다. 충북에서도 지난해에야 비로소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민간 차원의 국지적 현상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문제는 더 욱 커지게 됐고 종교 및 민간단체가 앞장서 치유에 나섰으나 이젠 그 범주를 벗어 난 궁극적 해결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2세 즉 코시안 문제는 이주여성문제 중에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화급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외주여성의 한국사회 부적응, 그리고 한국말을 못하는데 따른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2세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2세들의 사회부적응과 이탈은 곧바로 한국사회를 짓누르는 ‘암 덩어리’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이미 전문가 사이에서 공공연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주여성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법을 옥천한국어학당이 제시하고 있다. 국내 언론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 온 옥천에서 역시 이주여성들의 해방공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옥천 한국어학당은 98년부터 이주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던 전만길원장(48)에 의해 지난해 모습을 보였다.<별도기사 designtimesp=20895> 이곳에선 언어뿐만 아니라 요리 건강 놀이 등 이주여성들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자원봉사자를 포함 33명이 외국인 주부 70여명을 상대로 1 대 1 ‘한국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알음알음으로 전국에서 희망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 외국여성은 시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오기도 했다. 단계별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컴퓨터 , 전래놀이, 한국요리, 한국가요, 자녀교육, 직업교육, 문화체험, 상담 등 한국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관을 통틀어 전국에서 유일한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정부로부터도 각별한 관심을 끌 정도다.

전만길원장은 “외국에서 시집 온 주부들에게 언어 문화 풍습 요리 등을 가르쳐 한국에서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해소, 올바른 자녀교육과 행복한 가정으로 이끄는 게 이곳의 주요 역할이다. 특히 2세들의 경우 언어장애와 정서장애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체계적 교육이 시급하다. 막상 외국여성을 대하다보니까 그들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그 남편과 시부모들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더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어학당을 시작했는데 날로 할일은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미흡하다. 현재 각계의 관심과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데 지금과같은 임시방편의 접근으론 해결책이 안 나온다. 정부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지자체의 노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충북도의 경우 현재 여성발전기금과 사회단체 보조금을 활용해 이주여성 교육이나 한글교사 양성에 나서는가 하면 11월중엔 부부 20쌍을 초청, 1박2일의 우리문화 체험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민경자 여성정책관은 “우리도 이주여성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가능한 한 예산을 확보해 적극 대처할 생각이다. 2세들 문제에 대해선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전문 보육시설 마련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한글교사를 집중 양성해 시군에 배치 활용케 할 방침이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전용 쉼터는 하루속히 해결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별도 기구나 조직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외국의 이민청 같은 독립기구에서 이주여성 및 이주노동자, 그리고 유학생 등에 대한 각종 정책 및 기획을 총괄해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연결시켜 시군구별 ‘외국인종합센터’같은 기구를 상설화, 외국인들의 안정된 한국정착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에 효과있게 대처하기 위해선 외국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나 조직이 절실하다. 그래야 체계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시각은 여전히 단견적이다. 물론 예산문제가 수반되겠지만 이주여성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낭패를 당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주여성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소홀한 것과는 달리 최근 지역에서 나타나는 국가정보원의 움직임은 눈길을 끌만하다. 여론확산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실제적인 도움까지 주기 때문이다. (사)충북이주여성 인권센터는 얼마전 국정원의 주선으로 숙원인 ‘놀이방’을 해결해 이주여성들이 마음놓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주여성문제는 우리 업무중 외사(外事)와 관련되는 것으로, 실태를 파악하던중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각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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