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상시적 현상인데 주변시각은 아직도 ‘이상(異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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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상시적 현상인데 주변시각은 아직도 ‘이상(異常)’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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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에게 한국이해 도와줘야 성공적 정착

옥천한국어학당은 전국적인 모범사례다. 때문에 전만길원장은 요즘 강의에다 방송출연 등으로 정신없이 보내면서도 항상 즐거운 표정이다. 이주여성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있다는 보람에서다. 그가 이주여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찌보면 숙명적이다.

청주 YWCA에서 한국어강좌를 맡다가 3년전 부부가 고향인 옥천으로 낙향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골인데도 외국여성이 항상 눈에 띌 정도로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시장이나 교회 어디를 가든 이주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같이 한국어를 몰라 고생하고 있었고, 경험을 살려 소규모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본격 이주여성문제에 천착하게 됐다. 지금은 그래도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엔 참으로 막막했다. 이들을 도와야 하겠다는 생각은 앞섰지만 손발을 맞추기가 어려웠고, 여러 경제적 문제도 따랐다. 어쨌든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같아서 보람이 크다.”

현재 한국어학당엔 이주여성 70명 정도가 정식 등록해 각종 프로그램을 나누고 있고 회원으로 등록, 정보를 교환하는 숫자만도 120명이나 된다. 회원들의 거주지는 청주는 물론 대전 천안 광주 나주 목포 담양 파주 안성 등 전국에 분포해 있다. 전원장에 따르면 청주 등 도시권의 이주여성들은 상대적으로 호조건의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농촌지역일 수록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 그는 전남 나주방송이 ‘헬로 민다나오’라는 이주여성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예로 들며 지방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나주방송은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이주여성들한테 맡겨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이주여성의 일탈현상에만 주로 포커스를 맞췄다. 예를 들어 한국 남편에게 얻어 맞거나 아니면 이주여성들이 역으로 한국남편을 골탕먹이는 선정적인 사례만 부각시키다보니 일반인들의 시각도 아주 부정적으로 고착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론의 접근에도 이젠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해결책이나 대안 마련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KBS가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친정보내기운동을 펴는 것 등이 그렇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친정맺어주기 운동도 이주여성들에겐 큰 도움을 준다. 이주여성과 민간단체 스스로도 활동의 연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미 결혼이민자지원연대(www. mwkw. org)가 발족돼 활동중이고 점차 이주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운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의 경우 이주여성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언어와 경제적 문제이고 상대적으로 한국 남편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국적 취득이전에 쫓겨나거나 이혼당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주여성문제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는 물론 기업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국제결혼이 상시화됐는데도 여전히 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국민적 정서 역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주여성과 그 남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외국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해도 2년이 지나야 남편의 신원보증으로 국적이 취득되기 때문에 냉정하게 보면 ‘노예 계약’의 성격이 짙다. 때문에 일단 이주여성이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버림을 당하면 스스로 자립하는데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감안, 현재 ‘이주여성기초생활보장’을 위한 법안이 열린우리당 김춘진의원(전북 고창 부안)에 의해 입법 발의중이고, 국적취득 연한을 줄이자는 여론도 많아지고 있지만 위장결혼 등 이주여성의 악용우려 때문에 쉽게 해결될 조짐은 없다. 다만 기초생활권 보장은 선진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조기 도입이 절실하다. 또한 난립하는 결혼정보업체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도 준비되고 있는데 국내결혼업체는 지금처럼 신고제, 국제결혼업체는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전만길 원장은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을 우리와 똑같은 국민으로 보면 문제해결은 어렵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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