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가 99.9%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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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가 99.9% 좌우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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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선거구제, 공천도입으로 되레 목소리 커져
기초-광역-자치단체장 연대, 상생이 아닌 먹이사슬 변질

한나라당,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최근 시중에 나도는 말중에 대표적인 것이 하나 있다. 기초의원 선거가 모든 선거의 대세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과 직결되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에 대해 하향식 정치문화의 병폐만 부각되어 왔다.

즉 동네일꾼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을 도입함으로써 지방정치의 중앙예속과 정당의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초 후보를 얕보거나 선거를 잘못 운용했다가는 정당 자체가 망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기초 후보의 당 예속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되치기가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 정당들도 이 문제 때문에 속으론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이다. 이런 고민의 핵심은 중선거구제를 택하는 기초의원선거의 복수공천문제다.

   

충북의 경우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한 안에 따라 총 37개 중선거구에서 선거구당 2명에서부터 4명까지 기초의원을 선출한다. 물론 이 안은 앞으로 도의회 심의 등을 거쳐 변경될 수도있지만 설령 4인선출 선거구가 2인선출 선거구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2~3명 선출의 중선구제는 이미 현실로 다가 왔다. 선거의 통상적 개념은 같은 정당의 후보가 복수이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표가 그만큼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아무리 중선거구제라 하더라도 인물경쟁력이 높은 극소수, 결국 한 두명만을 공천해야 당으로선 안정된 당선을 보상받을 수 있다. 역으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정당이나 군소정당의 경우 단일후보를 내면 득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식이 내년 지방선거에선 안 통할 것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권이 기초의원 선거를 정치화한만큼 이 선거 자체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 단초는 역시 공천이다. 이미 기초의원 선거는 후보 난립을 예고하고 있다. 중선거구제이다보니 면(面)별 혹은 동(洞)별로 예비후보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당마다 이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을 조짐이다. 많은 경우 5개 지역 이상이 한 선거구로 묶이는 바람에 잘 나가는 정당일수록 각각 지역연고를 앞세우는 인사들이 넘쳐나는 추세다.

특히 한나라당의 문전성시는 충북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많은 곳은 한 선거구당 공천 희망자가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과열이다. 지지도 하락으로 후보난을 겪는 열린우리당도 기초의원 선거에서만큼은 고민이 훨씬 덜하다. 어차피 기초선거 후보들이 출신지별 대표주자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나라당보다는 공천희망자가 적지만 자원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과연 특정 정당이 몇 명이나 자당 후보로 공천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명을 뽑는 선거구의 경우 잘 나가는 정당은 꼭 한사람에게만 공천을 주면 손해일 수도 없다. 다득표 순위로 결정하기 때문에 3명 모두를 당선시킬 개연성도 얼마든지 있다. 특히 중선거구제에선 공장이나 아파트 밀집지역처럼 선거인수가 많은 동· 읍·면일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해 복수공천에도 큰 무리는 없다. 그렇다고 공천자를 남발했다간 제살깎아 먹는 결과가 초래될 게 뻔하다. 지역구 의석을 석권하려는 욕심이 자칫 한 석도 못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정당들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기초의원선거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후보난립을 감안해 확실하게 배수진을 친다는 점이다. 결국 공천을 안 주면 언제든지 말을 바꿔 타거나 적대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선거구제로 전환됨에 따라 현역의원이 경합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이미 상대 당 후보와 접촉하며 공천탈락 후의 거취를 논의하는 인사마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지지도가 높은 정당은 선거구별 2~3명 공천은 기본이고 4명까지도 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이다. 과거엔 기초의회 후보들과 광역의회,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상호 연대해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선 기초후보들이 아예 상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을 도입한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주의 한 출마예정자는 현장에서 터득한 본인의 생각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의 지역구는 현역의원끼리 경합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만약 각종 연고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선거 풍토,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서 특정지역 출신의 후보가 없다면 그 지역의 선거운동이 제대로 되겠나. 예를 들어 A동과 B동 C동이 묶인 중선거구에서 A동 출신만 공천을 받는다면 B동과 C동의 당조직은 물론 주민들마저 일단 선거에서 관심이 멀어진다. 이런 현상은 농촌지역일 수록 더 심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투표율이 고작 3, 40%대를 맴돈다는 것은 결국 투표하는 사람들이 뻔하다는 얘기이고 결국 주변에서 적극 움직이는 몇몇 사람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지역의 후보가 없다면 움직일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 기초의원선거의 공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설이지만 만약 내가 공천에서 밀리면 현재 소속된 정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나. 도울 리도 없거니와 탈당을 안 하면 다행일 게다. 솔직히 우리가 정치적 신념만으로 정당을 선택하는가.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당선을 위해 지지도가 높은 정당에 기웃거린다. 경합지역에선 경선으로 교통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결국엔 많은 지지자들을 잃게 된다. 그동안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기초의원 선거에 공천제를 도입한 것이나 경선을 적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엄청 클 것이다. 이 마당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으로선 일단 최대한 공천자를 늘려 파장을 줄인 후 나중에 점차적으로 슬기롭게 풀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막판에 같은 당 후보들끼리 스스로 알아서 양보하거나 결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정당 내부에선 선거구별로 3~4명에게 공천을 준후 향후 여론조사 등을 거쳐 절반 정도를 자진 사퇴시키거나, 경선 전에 미리 확실한 다짐을 받아 이탈을 막는 등 여러 대안이 얘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론화 된 것은 없다. 다만 후유증을 우려해 막판까지 상대 당의 동향을 눈치보다가 전략공천으로 매듭지을 개연성엔 공감하는 분위이기다. 어쨌든 지금의 추세라면 광역의원 후보는 물론, 시장군수 심지어 도지사후보까지 기초의원 후보들의 운신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에서 도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막상 지역을 다니다보니까 기초후보와 손을 잡지 않으면 99.9% 깨진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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