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괴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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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괴벨스
  • 한덕현
  • 승인 2019.10.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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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좀 아쉽긴 하다. 조국을 역성들던 유시민이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로 매도되던 차에 돌연 조국이 사퇴한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유시민이 괴벨스에 비유되는 순간,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건 바로 유시민이 불을 지필 법도 했던 폭발적인 담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천박한 막말들이 난무하면서 정치인은 물론 종교인, 학자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고, 더 나아가 국민들조차 딱 반으로 갈려 정신적 피폐를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그나마 유시민같은 소위 식자들이라도 논리가 제대로 된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괴벨스 즉 권력의 간신이라는 딱지가 붙여지는 것은 정치성향이나 진영 논리를 떠나 지식인들에겐 가장 치욕적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의 달변가 유시민이 자신에 대한 변명이 되었건 혹은 또 다른 정쟁을 만들어내건 제발 품위있는 말싸움을 만들어냈으면 하는 기대감이었다. 물론 정경심의 컴퓨터 외부 반출에 대해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고 강변한 것은 궤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도 그간 유시민이 보여준 현학적 담론은 어쨌든 재미가 있었다. 한데 조국이 물러남으로써 적어도 유시민을 둘러싼 괴벨스 논란은 힘이 빠지게 됐다.

말이 나온 김에 꼭 유시민 때문이 아니더라도 괴벨스에 대한 생각을 재삼 짚어보는 것도 전혀 무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순히 인류사에 오점을 남긴, 시대를 그르친 정치선동가라는 낙인을 뛰어넘어 과연 그로부터 배울 것은 없는지, 세대를 건너 그가 후세사람들에게 진정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죽은지 74년만에 유령처럼 등장한 괴벨스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한번 곰곰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괴벨스 어록’으로 통칭되는 말들을 동원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정치가는 국민의 흔들리는 영혼을 이해하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이다. 사실 유시민 만큼 국민의 흔들리는 영혼에 어필한 인물도 없다. 강연이나 책, 그리고 방송출연 등에서 그는 국민들의 가장 가려운 곳을 거침없이 드러내 그 것을 공론화 하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 ‘거꾸로 읽는 세계사’ ‘어떻게 살 것인가’ ‘후불제 민주주의’만 봐도 제목부터가 대중에 대한 그의 접근은 다분히 국민들의 영혼에 자극을 줄만한 ‘현실’에 철저하게 근거한다. 글만 보더라도 보통 학자네 하는 사람들이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읽는이들에게 영양가없는 진부함을 안기는 반면 유시민은 당시의 정국이나 사회현상을 적확하게 짚어내 이를 특유의 임팩트로 풀어냄으로써 호응을 얻는다. 이 와중에 동원되는 수사(修辭)도 대중들의 감각적 촉수를 건드리는 탁월함이 돋보인다. 지식소매상, 어용지식인 등이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의 흔들리는 영혼이라는 것들이 합리적인 논리와 이성보다는 집단, 편의적인 이기와 감성에 너무 취약하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괴벨스는 이 것을 일찌감치 깨우치고 히틀러의 나치즘에 가장 효과적으로 부역했다. 이렇게 말이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도 큰 거짓말을 잘 믿는다” “대중은 처음엔 거짓말을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되면 결국엔 믿게 된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른바 조국정국을 거치며 우리나라를 휩쓴 가짜뉴스와 좌우 진영의 이전투구, 그에 따른 국민들의 이분화 현상을 이보다 더 잘 분석하고 진단해주는 말도 없을 것같다. 사람들이 뻔한 가짜뉴스로 무장해 요즘처럼 대책없이 상대를 증오하고 경멸한 적도 일찍이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괴벨스 어록의 가장 압권은 이 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을 뿐,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미친개 히틀러를 만든 것도 국민들이고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로 상징되는 인류 최대의 비극을 초래한 것도 당시 히틀러에 환호작약한 독일 국민들이다.

 

그렇다면 목하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와 검찰 언론 국회가 모두 미친 듯이 날뛰고, 사람들이 광장으로 떼지어 몰려다니며 대통령 하야해라! 누구 물러나라!를 무슨 동네 강아지 부르듯 외쳐대는 이 저열하고 저급한 분위기도 분명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만들고 있고 이로 인해 나라가 어떻게 되든 결국 그 대가는 국민들이 치러야할 판이다.

하여, 조국이 물러났으니 이젠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유시민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괴벨스가 아닌 지식소매상의 본업을 되찾아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정치담론의 정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대신 조직에 충성하며 국민의 뜻에 반했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 가족에 대한 과잉수사로 흔들리는 국민들의 영혼을 이간시켜 반목케 하고 자신을 신임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회화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배신의 상실감을 안겼으니 이젠 본인이 갈 길은 분명해졌다. 스스로 결단하는 것만이 책임있는 행동이다.

74년 전 괴벨스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고 이를 깨달아야할 사람은 유시민 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해당된다. 이를 간과한다면 그 처절한 대가는....? 지금으로선 예측불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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