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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같은 아내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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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같은 아내를 꿈꾼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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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진 스님(관음사 주지)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이혼율이 50%를 육박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보건복지부와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이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결혼대비 이혼율은 47.4%라고 한다. 참 놀랄 수치다. 한 쌍의 남녀가 부부가 될 때, 또 다른 한 쌍은 이혼을 위해 법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독신으로 수행하는 나로서는 그 낱낱의 사정을 다 알 수 없겠지만 그 근본 원인을 살펴보자면 남편과 아내에게 똑 같은 책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 전통적인 남편과 아내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여성분들에게 돌 맞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무래도 ‘아내의 자리’쪽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

아주 오래된 광고지만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문구가 있었다. 아내의 역할은 여자의 위치보다 소중하다는 뜻. 즉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를 바라보면 좋은 아내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경전에는 모범적인 아내의 역할을 ‘어머니 같은 아내’를 말하고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는 원망도 미움도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집에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면서 걱정을 한다. 그렇지만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다 결국은 짜증을 낸다고 하질 않는가. 종종 아내보다는 여성으로서의 존재가 앞서기 때문에 질투하거나 원망하는 아내는 그저 여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경전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아내’는 ‘어머니의 자리’와 같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여자는 없어지고 ‘어머니’와 ‘아내’만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성으로서의 감정과 한계를 극복해야 비로소 지혜롭고 어진 아내가 된다는 말 같아서 얼핏 생각해서는 여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건 같지만 결국 아내가 가정사의 열쇠라는 뜻 아닐까.

사회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아내의 자리’는 흔들리지만 ‘어머니의 자리’는 만고불변이다. 그래서 성(姓)으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어머니로서의 여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더 지혜롭게 남편을 리드하면서 가정의 행복을 지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넓은 어머니의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아내 노릇을 잘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아내의 자리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남자는 들소와 같아서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표현한 부처님의 말씀이 재미있다. 그래서 가지가지의 역할을 대신하라고 적고 있는데, 친구처럼 은밀한 일까지도 의논하라는 말씀도 있고 스승처럼 존경하라고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철없는 오라버니 보듯이 대하라는 조언도 있다. 그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눈을 맞추지 않으면 어린 아이마냥 한 눈을 팔고 딴 짓하는 존재인 것만은 확실하다.

어디 그뿐이랴. 나쁜 아내는 원수 같은 아내와 목숨을 빼앗는 아내라고 충고한다. 이와 같이 불교경전에는 남편보다는 아내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된 부분이 많은 점으로 보아서 부부사이는 아내의 안목이 더 필요하고 수승하다는 말이다.

나는 예쁜 아내를 가진 남자보다 음식을 잘하는 아내와 살고 있는 남자가 부럽다. 아름다운 얼굴은 세월이 지나면 추해지기도 하고 싫증나기도 할 테지만 찌개를 잘 끊이는 아내는 연륜이 쌓일수록 미각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 맛있게 요리해주는 아내를 가졌다면 그 남자는 이미 행복의 절반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일러 ‘사바(娑婆)’라고 한다. 이 말에는 감인(勘忍)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견디고 참아야 하는 고통의 바다라는 뜻이다. 때때로 인생이 고통스럽고 삶이 괴로운 것은 ‘기본사양’이지 ‘선택사양’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 사실만 인정하면 삶이 새롭게 보이고 현재의 불만과 번뇌가 내 안에서 해소된다. 마치 땅에서 넘어진 자가 다시 그 땅을 의지하여 일어나듯이.

진부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여자가 참고 인내하라는 것은 인격모독이나 부당한 차별을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에는 갈등과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그러면 여유와 용서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아무래도 지금 이 땅의 부부들은 사바세계에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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