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대기환경, 실체가 궁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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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대기환경, 실체가 궁금하십니까?
  • 한덕현
  • 승인 2019.10.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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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지난 21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첫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시행됐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이 뉴스를 전해들은 청주 시민들의 반응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렇게 독백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 미세먼지 전쟁이 시작되는군.” 나도 그랬다. 청주가 미세먼지 전국 1위라는 오명은 이래서 늘 신경쓰이고 걱정된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날인 20일, 개인적인 일로 아침 이른 시간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을 통해 남쪽으로 향하던 중에 뜻밖의 광경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왼쪽으로 바라보이는 청주산업단지 위를 덮고 있는 거대하고 거무퇴퇴한 운무 때문이었다.

운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이 곳 수증기 배출 업체들이 강변하는 하얀색의 수증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포연이 가득한 전쟁터를 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시간에도 문제의 기업체들은 그들이 수증기라고 홍보(?)하는 성분을 공중으로 엄청나게 뿜어대고 있었고 이를 보면서 살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고위험 때문에 못했다.

마침 그 시간대에 주변에도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당장 비교가 되었다. 유독 산업단지 위 지점만 색깔이 더 검고 어두웠다. 이 곳은 SK하이닉스반도체와 폐기물소각업체인 한세이프, 그리고 청주 최초의 부도심으로 개발된 집단주거단지 지웰시티가 혼재해 있어 평소에도 대기오염 민원이 잦은 지역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당 업체들은 공장 벽면에 현수막이나 큰 글씨로 ‘하얗게 배출되는 물질’이 수증기임을 애써 알리고 있다. 설령 수증기라고 하더라도 공장의 가동과정에서 생성되는 수증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기오염물질을 필히 함유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냉정하게 한 번 짚어볼 게 있다. 물론 청주산업단지 얘기다. 청주산단은 시내에 위치한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운영의 전후관계가 시민들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고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 지적한 수증기와 냄새 문제다. 수증기가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시간대는 심야와 새벽이다. 낮에는 거의 목격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청주시민들이면 다 안다. 차량으로 공단지역을 지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불쾌하고 이상야릇한 냄새 또한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인적이 드물고 시야가 어두운 밤 시간대와 새벽에 유독 역한 냄새가 심하다.

 

이런 현상은 대형 제지공장을 비롯한 각종 환경위해 업종이 밀집돼 있는 청주시 남이면 강내면 등 서부지역도 마찬가지다. 특정 시간대에 제지공장들이 한꺼번에 뿜어대는 수증기를 보노라면 그야말로 장관이지만 이 때마다 언뜻 떠오르는 건 어느덧 고유명사가 된 ‘미세먼지 전국 1위’라는 청주의 닉네임이다. 더군다나 제지공장같은 특수 업종의 개별 폐기물소각 현황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자료로 드러난 적도 없다. 대규모 지정폐기물 소각장도 문제지만 정작 대기오염의 더 큰 원흉은 이같은 개별 업체의 소각행위라는 말도 있다.

잊을만 하면 대기오염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오창지역도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밤이나 아침 시간대에 청주에서 오창으로 진입하다보면 당장 달라지는 게 공기의 냄새다. 이 게 궁금하다면 차량을 운전할 때 창문을 열고 청주를 지나 미호천을 건널 즈음부터 코로 크게 호흡하며 한번 팩트체크해 볼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고 취약 시간대에 문제의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을 몰래 배출한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고 또 당연히 시민들이 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매년 때가 되면 미세먼지 문제로 큰 논란을 겪는 청주의 현실이라면 이제 말보다는 시민들부터 우선 그 실체와 심각성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잖은가.

이런 와중에 청주시는 지금 SK하이닉스의 LNG발전소 건립 문제로 시끄럽다. LNG 발전소의 환경위해성은 이제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정답은 대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주민설명회에서 하이닉스측은 주민들의 반발에 이런 논리를 폈다. 첫째 가정에서 나오는 전자제품보다 전자파가 적게 나온다, 둘째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저감기술을 도입하겠다, 셋째 만약 자체 발생시키는 질소산화물이 문제가 된다면 청주시 전체 오염물질 저감정책을 지원하겠다 등이다.

아무리 지방세를 듬뿍 안기고 지역의 고용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청주시민들을 졸(卒)로 보지 않고선 이런 주장을 펼 수가 없다. 이제 조만간 청주를 시커멓게 뒤덮을 연무를 생각한다면 환경문제는 더 이상 숫자놀음과 말장난으로 공박할 일이 아니다. 이 마당에 청주, 그 것도 테크노폴리스 개발로 도심의 한 복판이 될 곳에 거대한 LNG 발전소를 짓겠다는 건 어느 학자의 절규처럼 시민들의 입장에선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다.

고유정과 이춘재로 인해 결정적으로 실추를 당한 청주의 이미지, 교육문화의 도시가 아니라 각종 강력사건과 헷갈리는 일들이 많이 터지는 ‘이상한 도시’가 된 청주시가 올해에도 또 ‘미세먼지 1위’를 고수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요즈음이다.

강력 사건의 주범들이 청주출신이 아니고 외지로부터 흘러 들어온 사람이라고 위안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미세먼지 주범 또한 마찬가지다. 청주의 결정적인 미세먼지 원흉 역시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온 것들이다. 그 이유가 투자유치가 됐든 혹은 국가정책사업 유치가 됐든 그 결과물은 졸지에 ‘살기 나쁜 청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석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외지 자녀로부터 빨리 청주를 떠나라는 독촉을 받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묻는다. “왜 청주가 자꾸 이렇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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