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체육회장, ‘돈·정치 놀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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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체육회장, ‘돈·정치 놀음’ 우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19.10.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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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0∼5000만원 내야…당적 무관, 단체장과 임기 동일
지난 10월 25일 개최된 음성군체육회 이사회 모습. 이날 민간체육회장 선거 관련 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 10월 25일 개최된 음성군체육회 이사회 모습. 이날 민간체육회장 선거 관련 규정안이 의결됐다.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될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에 맞춰 전국의 각 체육회장선거 일정이 준비되는 가운데 입후보 조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인 민간회장의 과도한 연회비 및 대부분 정당 소속인 자치단체장과의 종속 관계 개연성이 논란의 중심이다. 즉 돈과 정치에 얽매이게 된다는 우려감의 표출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충북지역 민간 체육회장의 연간 회비는 △진천군 5000만원 △음성군 5000만원 △충주시 3000∼5000만원 등이다. 충주시는 신임 회장이 선출되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된 뒤 금액을 범위 내에서 확정하도록 했다. 각 체육회는 이 금액 정도가 회장에게 지급될 연간 업무추진비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돈이 회장의 사용 경비로 대체되는 형식인 것으로 읽힌다.

회장 입후보자는 이 밖에 선거 기탁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진천군은 1000만원, 음성군과 충주시는 각 2000만원으로 정했다. 선거 기탁금은 20% 이상을 득표해야 돌려받을 수 있다.

이들 시군 체육회는 이사회 및 대의원 총회를 잇달아 열고 이같이 의결했고, 전국의 모든 체육회 역시 회장선거 규정 등을 변경하는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사회 및 대의원 총회에서는 일부 구성원들이 과도한 연회비를 지적했지만 말없는 다수에 묻혔다. 이같은 현상은 지자체장의 회장 겸직 불가 상황에서 체육회 예산 축소가 우려된다는 점과 현재의 이사진 임기가 곧 종료된다는 면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도에선 일부의 시군체육회 및 종목별 단체장의 반발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안정적 예산대책 부족 △시군체육회 선거관리 불안 △지역체육회 분열·갈등 등을 들어 회장선거를 반대하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 유예와 부회장체제 유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러자 강원도 시장·군수들은 11월초 시장군수협의회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과 속초의 회장 연회비는 5000만원, 경북 구미 및 포항이 3000만원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회장 후보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보수 명예직인데 누가 매년 수천만원씩 내고 체육회장을 맡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음성·진천, 5000만원 확정
앞서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는 법 개정에 맞춰 지난 9월 2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제 27차 이사회를 열고 지자체 체육회장선거 관련 규약 및 지침을 변경 확정해, 각 지방체육회에 시달했다. 규정은 광역 시도 및 기초 시군구청의 인구수에 따라 선거인단을 구성토록 하고 있다. 청주는 200명, 충주와 제천은 150명, 옥천·진천·음성은 100명, 보은·영동·증평·괴산·단양은 50명 이상이다.

아울러 회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최초 임기는 3년으로 하는 부칙을 뒀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 임기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각 지역 체육회는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통해 민간회장의 임기 등을 정하고 있다. 규약은 상급 단체(대한체육회)가 정한 대로 따르되, 민간회장의 활동비용을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관심거리다. 기존 회장은 곧 자치단체장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경비 지출은 없었다. 그러나 민간회장의 경우는 엄연히 따져야 할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간회장의 업무추진비(판공비) 지급 여부를 놓고 사무국과 회장 간의 갈등이 빚어질 것도 예상된다. 각종 경기와 소속 경기단체 및 읍면동 체육행사를 챙기는 회장의 활동비가 만만치 않게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각 체육회 사무국은 선거관리 규정에 넣지는 못하고, 별도로 ‘임원 및 회원단체 회비(안)’의 건을 상정해 회장의 연회비 액수를 정하는 실정이다. 명칭은 회비, 협찬금, 출연금 등 체육회 별로 다르지만 회장이 체육회에 연간 내는 회비 형식인 것이다.

아울러 회장 입후보 자격 요건에는 정당 가입 여부가 없다. 이 또한 과도한 회장 연회비 규정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회장의 임기를 부칙 조항으로 지자체장과 동일하게 유도했다는 점에서 대한체육회의 정치적 중립 의지가 의문시 되고 있다.

이런 규정에 따라 돈과 정치적 색깔에 따라 회장의 얼굴이 선택되고, 선거가 아닌 방식으로 선임되는 이사 등 임원에 대해서도 지자체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개정된 법은 그동안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겸임해 온 각 지역 체육회장직을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이 겸직하는 것을 막는 내용이 골자다. 취지는 전국적으로 민간인이 체육회장을 맡도록 해 체육회의 정치적 중립 및 체육인들의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시작 단계부터 이런 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미 전국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는 대한체육회 이사회 전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몇 차례 회장 선출 관련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대한체육회는 마치 양측 모두 합의가 된 것처럼 호도해 이사회 의결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한체육회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는 목소리다.

한편, 충북체육포럼은 지난 24일 충북체육회관에서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한 민간 체육회장 선출’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비판에 대한 대책보다는 지방스포츠 발전을 위한 헌신적인 인물로의 후보 단일화 필요성 및 체육인의 결집 등 원론적인 주장만 도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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