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기업인, 지탄받는 기업인 “이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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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인, 지탄받는 기업인 “이것이 문제”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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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원, 지역기여가 판단 잣대
이준용 장흥순씨 구속 사례로 본 실태

충북출신 기업인을 대표하는 이준용 장흥순씨의 구속소식은 지역에 큰 파장을 미쳤다. 이들에게 씌워진 혐의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동안 성공한 기업가로, 때문에 업계에선 충북의 상징적 인물로 인정받던 인사들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놀라움은 더 컸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이들 구속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으로, 이에 대한 해석이 지역의 공·사석을 통해 여러 각도로 제기됐다. 두 사람의 구속은 당장 엇갈린 반응으로 나타났다. 한쪽은 기업운영의 도덕성을 문제삼았고, 다른 한켠에선 동정론 내지 보복수사 논란이 거론돼 이채를 띠었다. 이에 대한 공방이 인터넷신문 충북인뉴스 등 몇몇 관련 사이트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중엔 충북에 관한 정치적 논란의 단골메뉴인 ‘힘없는 충북’을 거론하며 이들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치부하는 글도 올라 와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은 기업문화에 대한 한가지 확실한 화두를 던졌다. 꼭 정치적 해석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의 구속에 대해선 ‘당연한 응짱보다는 ‘안타깝다’라는 식의 선의적 사족이 주로 달리면서 왜 이런 분위기가 나타나느냐는 동일한 질문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구속된 이준용 장흥순씨가 그나마(?) 동정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도민들에게 괜찮은 기업가로 각인됐기 때문이고 그 배경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다.

충북에서 건축사업으로 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선 후 서울 등 외지에까지 진출해 성공한 이준용씨 경우는 사실 축적한 부(富)에 비해 지역사회 환원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렇다고 매도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기업정신을 인정받는 것이다.

장흥순씨는 지난 2003년 화제를 일으켰던 모교 장학사업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기업활동에 있어 가장 지탄받는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구제돼야 한다”는 동정론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평소의 사회환원 때문이다. 그는 동료와 함께 모교인 충북고에 20억원을 출연, 청운장학재단을 설립해 후학양성에 기여하는 등 여러 환원사업을 벌여 귀감이 됐다. 지역의 한 인사는 “기업을 하다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 특히 벤처사업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듯이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모든 것을 매도할 필요는 없고, 실제로 마지막까지 사재를 털며 기업회생을 꾀했다”고 말했다.

기업활동과 관련해 충북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하나 있다. 기업인이 돈을 벌면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소위 ‘지역의 한계론’이 그것이다. 여기에 꼭 수반되는 것이 충북에선 뒷말이 많고 잘되는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안좋은 풍토가 있다는 자학적인 인식이다. 이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는데, 지금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는 분명한 자기기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사회환원과 지역에 대한 기여도로 해당 기업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한국도자기가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된다.

한국도자기의 사회환원은 이미 지역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한 때는 한국도자기가 제공하는 기념품이나 경품이 없으면 행사를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밀착형 기업활동의 성공적 전범을 이끌어 냈다. 그러다가 올초 김영신 대표이사 체제 출범 이후 지역에 대한 환원사업이 크게 줄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비난받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에다 앞으로의 기대감이 혼재돼 여전히 충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지난 10월 지역에 많은 얘기를 몰고 왔던 시사저널 ‘누가 지방을 움직이는갗 여론조사에서도 한국도자기는 향토기업중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으로, 또한 이곳 김동수회장은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돼 그 위상을 그대로 입증했다.

반면에 역시 충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Q사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고사하고 건건마다 문제만 일으켜 사석에서 이 회사를 비난하는 건배가 나타날 정도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 회사가 대외홍보용으로 특별히(?) 강조하는 일부 사회환원조차 “순수하지 못하고 사업과 관련해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며 손가락질을 해 댄다. 때문에 도민들은 Q사에 대해 기업이윤의 제대로 된 환원을 통해 제발 명예회복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업이윤의 적극적 환원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신망받는 업체는 이 밖에도 여럿이 있다. 중소업체 수준인 (주)한국종합건설(대표 김경배)은 지난 2003년 도내 복지재단으로는 최고액인 20억원을 쾌척, 한건복지재단을 설립해 매년 대학생들에게 해외연수 특전을 베푸는 등 각종 선행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향토기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윤의 계속적인 재단투입으로 현재 기금은 26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이 회사대표의 사무실은 방문하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초라하다. 또한 전국업체로 도약한 (주)선건축엔지니어링(대표 오선교) 역시 그동안 지역사회에 대한 각종 기여로 충북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의 집무실 역시 직원 400여명을 거느리는 중견기업이 무색하게 작고 검소해 처음 찾는 이들로부터 측은지심을 자아낼 정도다. 결국 기업인이 존경받느냐 지탄받느냐는 스스로 하기 나름으로, 이번 이준용 장흥순씨 사건은 이에 좋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뜯어먹으려는 놈들 때문에 기업 못해”
사회환원의 정상적 시스템 개발이 과제


충북에서 창업하거나 혹은 사업과 공사를 벌이는 사람들은 꼭 두가지를 빼놓지 않고 문제삼는다. 행정기관을 상대하는 민원처리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불평과 함께 손을 벌리는, 즉 뜯어먹으려는 세력들이 너무 많다는 볼멘 소리다.

역시 이런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전해졌고, 결국 외지인들에게 충북을 비하케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한 기업체 대표는 익명을 전제로 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충북에서 사업하려면 모든 기관을 다 거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민원과 관련된 기관 뿐만 아니라 하여간 이름만 걸쳤으면 다 어깃장을 놓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되는 것이 행정기관의 업무처리다. 일단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 안된다 분명한 선을 긋고 접근해야 하는데 무슨 서류보완이니 검토니 하면서 시간만 질질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생명인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목타는 놈이 우물판다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 게 된다. 무엇이겠는가? 자기의 업무소관에 대해 부서별 담당자별 끗발 부리는 것은 아마 내 경험상 충북이 최고인 것같더라. 지방자치가 잘된 곳에선 일단 허가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무원들이 알아서 민원처리방향을 제시하고 적극 이끌어 준다. 충북에서도 지자체마다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일선에선 전혀 다르다. 그동안 몇 번이고 떠나려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솔직히 언론이 더 문제다. 이에 대해선 할말이 많지만 알아서 해석해 달라.”

실제로 기업체에 대한 언론사의 손벌림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각종 행사나 사업이 대부분 기업체의 지원이나 후원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충청리뷰도 이와 관련해선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충북에 언론사가 난립한다는 건 곧 기업체로선 먹여살려야 하는 대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물론 돈을 벌면 사회에 기여, 회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선의적 생각은 곧 피곤과 짜증으로 바뀐다. 손벌리는 곳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번 어디에 지원을 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부터 벌떼같이 청탁이나 압력이 가해진다. 신문에 회사와 관련된 미담기사라도 나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전국으로부터 우리도 지원해달라며 부탁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같은 기업인들이 택할 길은 몸을 움츠리는 것이다. 실제로 아예 처음부터 무슨 환원이니 지원이니 하는 것과 담을 싸야 기업하기 편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기부나 사회환원에 대한 양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지금처럼 임기응변식은 곤란하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이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회환원도 시스템으로 이뤄져야 한다. 복지, 장학재단 설립이나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의 상시화 등이 대안이라면 대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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