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이준용 장흥순씨 구명운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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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이준용 장흥순씨 구명운동 시작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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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경제, 건설업계 탄원서 제출등 본격 움직임
“차제에 지역관련 안 좋은 속설 불식시켜야” 여론도
남 잘되면 격려하고 돈벌어도 떠나지 않는 지역 거듭나야

실정법 위반 혐의로 각각 제주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이준용씨((주) 신라종합건설 회장)와 장흥순씨(전 터보테크 회장·사진)의 조기 석방을 탄원하는 구명운동이 나타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그동안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었다는 점에서 동종 업계의 우려와 안타까움으로부터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
청주상공회의소는 6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두 사람에 대한 구명운동을 정식 결의한 후 우선 탄원서(사진)를 관할 검찰과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이날 회의는 원래 내년도 사업과 예산안을 다루는 정기회 성격을 띠는데 이태호회장이 지역여론에 근거해 두 사람에 대한 안건을 전격 상정, 만장일치의 동의를 얻어 냈다. 이태호회장은 “두 사람의 실정법 위반혐의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고 그동안 충북을 대표했던 기업인이었던 만큼 조속히 사회인으로 복귀해 다시 국가와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의미로 구명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건설협회 충북도회(회장 박연수)도 이같은 움직임에 적극적인 동참의사를 내비치며 조만간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박연수회장은 “물론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의 구속은 사실 지역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 때의 과오를 훌훌 털고 다시 정상적인 기업인으로 사회에 더욱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90년대 후반까지 충북에서 주택건설업계를 선도하던 이준용회장은 이후 수도권으로 진출, 여러 사업을 펼치다가 제주온천지구 개발사업 시공사로 참여해 사업지구내 사회간접기반시설자금(SOC 자금)과 관련 이곳 조합장에게 로비자금 10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현재 구속되어 있다. 또한 국내 벤처 1세대의 장자격으로 오랫동안 벤처기업인협회 회장까지 맡았던 터보테크 장흥순 전회장은 7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서울 중앙지검에 의해 역시 영어의 몸이 됐다.

이에 대해 이회장측은 10억원은 뇌물이 아니라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설계용역사에게 순수하게 빌려 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장 전회장측은 “분식회계는 비자금 조성이나 개인 치부를 위한 것이 아니고 어려움에 처한 회사회생 때문이었다”고 강변해 결국 이들에게 씌워진 구체적 혐의는 법정에서 가려져야할 판이다.

두 사람에 대한 구명여론은 이들이 그동안 기업인으로서 크게 흠잡을만한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는 데서 우선 비롯되고 있다. 이준용회장은 충북지역에서 30년 넘게 주택건설 사업을 해 오면서 처음으로 임대아파트를 건설, 1985년엔 정부로부터 주택보급 안정에 기여한 공로로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1988년 충북대학교 부설 건설기술연구소로부터 제 1회 충북건설인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1997년엔 우수납세실적이 인정돼 재정경제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준용씨에 대해선 축적한 부(富 )에 비해 일반 사회를 위한 환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그동안 성실한 기업인상을 보여 줬다는 평가엔 대부분 공감한다.

장흥순 전 회장은 모교인 충북고에 대한 장학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억원의 기금으로 발족한 이 학교 청운장학재단 설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평소 직원채용시 충북출신을 특히 많이 배려했다. 이 밖에도 지역의 대소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그동안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아 온 인물이다. 사건이 불거진 후 주주보호를 위해 본인의 사재를 털어 회사 회생을 꾀한 노력도 그에 대한 동정론을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

이들에 대한 구명운동 여론은 중부매일이 이준용씨 구속사실을 특종보도한데 이어 충청리뷰가 유일하게 두 사람과 관련된 내용을 기획기사로 다루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업인 P씨(60)는 리뷰측에 구명운동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이에 따른 경비부담을 전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오기도 했다.

그는 “물론 두 사람에게 씌워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법적인 문제는 그렇게 가더라도 같은 기업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은 추운 날씨에 타지에서 영어의 몸이 됐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그냥 순수하게 이들이 선처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 청주상공회의소가 회장단 결의를 거쳐 작성한 탄원서.
장흥순씨 구속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역시 청주 출신으로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받아 지난 17대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윤의권씨(전 서울신용평가정보(주) 회장)는 본보 인테넷신문인 충북인뉴스 자유게시판을 통해 그의 구명운동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글에서 “그에게 동정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기업가의 도전정신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업이념을 준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또는 그는 부정하게 재산을 늘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탄원서 작성을 주도한 청주상공회의소 한명수 사업부장 겸 경제연구소 부장은 두 사람에 대한 구명운동이 지역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어느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긍·부정 양쪽으로 다 나타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업계 내부엔 두 사람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런데 막상 탄원서 작성을 위해 서명을 받다 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만큼 이들의 기업활동이 그동안 인정받았다는 것을 시사하지 않겠나. 나는 다른 각도에서 이번 구명운동을 바라보고 싶다.

우리 충북엔 아주 좋지 않은 말, 예를 들어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봐 주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떠나야 한다는 자기비하적 속설이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런 것도 좀 털어 버렸으면 한다. 서로 존중하고 상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같이 아파하는 바람직한 풍토를 조성하는데 이번 일이 큰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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