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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시골, 남는 방 빌려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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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시골, 남는 방 빌려 드려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11.1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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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전 충북대 교수, 퇴직 후 올 1월부터 ‘에어비앤비’ 운영
청주시 가덕면 노동리에서 공유경제 참여, 다양한 손님들 만나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노동리 집 전경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노동리 집 전경

 

 “올해 1월, 저희 집에 여유공간이 있어 에어비앤비의 공유경제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느린 삶의 평화와 안식 추구를 주제로 생각해서 숙소 명칭을 안단테 칸타빌레로 정했어요. 주방시설까지 갖춘 독립공간인 2층 전체를 4인이 머물 수 있습니다. 1층 개인실에서는 2명이 아늑한 방에서 오붓하게 지낼 수 있죠. 저의 집은 아주 오랫동안 가꾼 넓은 정원에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아요. 겨울에 피는 눈꽃도 아름답지요.”

김향숙(66) 전 충북대 생활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에어비앤비(Airbnb) 사이트에 이렇게 올렸다. 그는 현재 에어비앤비 ‘안단테 칸타빌레’를 운영하고 있다. 충북대 학생처장에 생활과학대 학장 등을 역임하며 37년간 교수로 살아온 그가 청주시 가덕면 노동리에서 이런 일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한다.

퇴직도 했는데 힘들게 웬 숙박업소를 운영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하하~ 이 대목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 시작된 세계 최대 숙박공유 서비스다. 자신의 방이나 집, 별장 등 유휴공간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물론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

집 마당
집 마당

세계로 확산된 에어비앤비

지난 2007년 10월, 미국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공간을 빌려주는 고객과 이를 빌리는 고객을 서로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음 해 8월 Airbedandbreakfast.com 이라는 사이트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고, 이후 Airbnb.com으로 변경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집 전체 혹은 아파트 한 채, 방 몇 개, 성, 보트, 이글루 등 다양한 공간을 공유한다.

이 사이트는 2016년 현재 191개국 3만4000개 도시에서 200만개의 숙박 공간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이용객 수는 8,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2초당 한 건씩 예약이 이뤄진다고 하니 에어비앤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에어비앤비 사이트가 개설됐고 서울에 한국지사가 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들어가 여행을 하고자 하는 지역, 날짜, 인원 등을 넣으면 여러 숙소가 나온다. 이용객들은 주인이 써놓은 글과 사진 등을 보고 선택한 뒤 결제하면 된다. 모든 것이 인터넷 상에서 이뤄진다.

에어비앤비는 일종의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재화나 공간, 재능 등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쓰는 것이다. 요즘은 외국여행을 가서 에어비앤비를 많이 이용한다. 숙박업소보다 사람사는 정을 느낄 수 있고,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트에서 식료품 재료를 사다 현지인 숙소에서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인은 세탁과 청소를 해주되 식사는 손님들이 알아서 한다. 주방시설까지 빌리는 것이어서 손님 마음대로 해먹을 수 있다. 단 아침식사는 선택사항이다.

집 주인 김향숙 전 교수
집 주인 김향숙 전 교수

 

김향숙 전 교수도 외국여행을 가서 이런 시설을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호텔보다 저렴하고 아늑한데다 집 주인이 친절하게 대해줘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것. 그가 자신의 방을 남에게 빌려주기로 결심했던 것도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오스트리아와 발리에서 이용한 에어비앤비가 좋았다고 한다.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는 공항 근처에 묵었는데 새벽에 떠나는 손님들을 위해 오트밀, 우유, 바나나, 과일 등을 준비해준 주인에게 무척 고마웠다고.

그는 “시댁이 이 곳에서 산 게 시증조부 때부터 였으니 100년 정도 됐다. 물론 집은 다시 지었다. 앞 건물은 시아버지께서 30년 전에 지으셨고, 뒷 건물은 2017년 사위가 설계했다. 나는 남편과 결혼하고 청주시내 아파트에서 살다 2016년 이 곳으로 이주했다. 지금은 시어머니와 우리 부부만 살고 아이들은 모두 출가했다.”

이 집은 마당이 넓고 정자와 그네 등이 있어 마음이 푸근해진다. 앞 건물과 뒷 건물을 자연스레 하나로 연결한 게 특징이고 붉은 벽돌로 지은 뒷 건물은 미술관 같은 느낌이 난다. 봄에는 꽃이 피어 생동감있고, 가을에는 단풍과 뒹구는 낙엽들이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김 전 교수가 에어비앤비를 하게 된 데는 넓은 집에 빈 방이 생긴 것 외에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다. “80대인 어머니, 60대인 나와 남편만 살다보니 너무 적적했다. 경로당 같았다. 젊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반대했으나 ‘1년 해보고 정 싫으면 그만두자’고 설득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집에 누가 올까 의아했으나 그냥 쉬기 위해, 또는 주변 관광지를 가거나 볼 일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2층 거실
2층 거실

방 두 개 개방, 또 한 곳 준비중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원하면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정원가꾸기, 스포츠, 여행,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가 현재 손님들에게 개방한 곳은 두 군데다. 다락방과 거실, 주방, 화장실이 따로 있는 2층과 일부 시설을 주인과 같이 쓰는 1층 작은 방이다. 그러더니 요즘에는 원룸처럼 생긴 별도 공간도 내놓으려고 준비중이라고 한다.

김 전 교수가 들려주는 손님들의 얘기는 재미있다. 이 집 주변에는 청남대, 미동산 수목원, 상당산성, 속리산 등의 관광지가 있다. 그런데 손님들은 관광지만 가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는 것이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1박2일 동안 만화를 보고 와인을 마시며 놀다 간 젊은 부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와 휘게문고를 보러 왔다며 자고 간 사람, 고교동창들끼리 와서 동창회를 하고 간 중년 여성 등.

“얼마전에 몸이 아픈 사람이 와서 3박4일을 쉬고 갔다. 친구들이 우루루 병문안을 와서 같이 지내는 걸 봤다. 또 청주는 전국 각지에서 모이기 좋은 곳이라며 서울·공주·경주·구미에 사는 남자들 4명이 와서 자고 갔다. 청주가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덕분이다. 캐나다에 사는 사람이 고국에 왔다 우리 집에서 묵었는데 친구들이 여러 명이 찾아와 즐겁게 보내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음악회나 특별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혹은 맛집을 찾아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청주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청주만의 특별한 문화와 음식이 풍부하면 좋겠다. 손님들에게 자랑을 하고 소개도 해주면 좋으련만 우리지역은 좀 빈약하다”고 말했다.

다락방처럼 생긴 2층 방
다락방처럼 생긴 2층 방

김 전 교수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조용한 동네분위기, 맑은 공기와 바람, 밤하늘의 달과 별,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 주인의 손길이 닿은 정원의 나무와 꽃들, 텃밭에서 나는 계절 채소, 뒷산의 황매실 농장, 자연주의 숙소가 있다. 청주시내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청주시립미술관, 국립청주박물관, 고인쇄박물관, 성안길 등이 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1981년 충북대 교수로 부임해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다.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손님이 돼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 손님들에게 청결하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했더니 ‘슈퍼호스트’로 선정됐다며 좋아했다. 에어비앤비는 3개월에 한 번씩 평가해 ‘슈퍼호스트’를 뽑는다. 청주시 가덕면 노동리는 아주 시골은 아니지만 자연과 여유가 있고, 찾아가기가 좋다.

에어비앤비에 추가 예정인 원룸
에어비앤비에 추가 예정인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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