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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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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라는 유령
  • 충청리뷰
  • 승인 2019.11.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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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 연구위원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 연구위원

 

‘지방소멸’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 유령은 한국에서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지역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소멸위험지수(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를 계산해 해당 지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위기감을 부추긴다.

중앙언론들도 이를 받아서 마치 실제로 유령을 목격한 듯 시리즈로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이 유령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고, 일자리를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그런데 먼저 유령이 등장했던 탓인지 일본에서는 지방소멸에 대한 반론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 번역되어 소개된 야마시타 유스케의 『지방회생』(이상북스, 2019년)도 이 유령의 실체를 폭로하는 책이다. 야마시타는 인구가 줄어드는 불안감을 이용해 중앙부처가 만들어낸 신자유주의 전략이 바로 지방소멸론이라고 주장한다.

야마시타에 따르면, 지방소멸론의 근거가 된 ‘마스다 보고서’는 국토교통성, 총무성, 재무성, 후생노동성 등 네 부처의 의도가 통합된 것이고 공무원들이 속한 가스미가세키 비선대책본부가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일본정부는 개발로 경기를 부흥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시정촌을 합병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공공투자를 효율화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한마디로 중앙정부가 자기 입맛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의 불안감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마을과 사람을 내세웠지만 결국에는 모든 정책이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고, 농어촌의 유지보다는 벤처나 혁신,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목표가 마을만들기, 지역창생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돈을 벌어들이는 마을 만들기’였고, 돈벌이로 인구감소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마시타가 보기에 인구감소의 원인은 농촌이 아니라 바로 도시에 있다. 원래 인구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일수록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지나친 도시화가 인구감소를 초래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의 수도권 집중과 비슷한 도쿄 중심의 ‘도쿄일극집중’이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이와 연관된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이 있다. “같은 일자리라 하더라도 농촌보다 도시에서의 권위가 더 높고, 같은 도시라도 인구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일자리의 권위가 더 높아진다. 공무원도 기업도 대학도 마찬가지로 도쿄에 위치하면 일류이고, 다음에는 각지의 거점 도시, 그다음은 작은 도시, 작은 읍·면, 그리고 마을로 갈수록 그 권위는 점점 낮아진다.”

야마시타는 이런 ‘직업권위의 서열화’, ‘지역의 과잉 서열화’, ‘인구의 과잉이동’이 인구를 집중시킬 뿐 아니라 정부와 시장에 자신의 생존을 맡길 수밖에 없는 불안한 인구를 늘려 출산율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애써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도 이윤은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야마시타는 도시가 아닌 마을의 정의가 실현되어 ‘다양성의 공생’이 보장되고, 행정기관의 이전이 아니라 국가에 집중된 권한이 지역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자리 만들기보다 노동개혁이 우선되어야 인구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당분간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해도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경제가 아닌 사람, 수도권이 아닌 지역, 일자리가 아닌 노동 중심의 대안이 마련되고 있나? 안전한 나라를 표방하며 집권한 정부가 화학물질이나 기술 관련 규제를 풀고 있는 모순된 현실은 부정적인 답을 내리게 한다. 아마도 내년 총선 때 지역을 살린다며 온갖 공약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공약들은 정말 지역의 관점에서 우리 삶을 바라보고 있을까? 정말 지역을 살리려면 유령에 홀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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