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역할당제, 좋은점 많다”정완호 한국교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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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역할당제, 좋은점 많다”정완호 한국교원대 총장
  • 충청리뷰
  • 승인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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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자신의 임기내에 지역안배 정책을 쓰겠다고 발표한 이후 여론의 초점이 된 서울대 지역할당제. ‘서울대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서울대 출신들이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계를 ‘꽉잡고’ 있고,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 또한 대도시 출신들이 주류를 이뤄 정총장의 지역할당제는 상당히 획기적인 제도로 받아들여졌다. 한 때 ‘서울대를 해체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 아닌가.
서울은 대체로 반대, 지방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문제에 대해 이상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공개적인 지지가 있은 이후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완호 한국교원대 총장도 이 제도를 쌍수들어 환영했다. 그는 지난 9월 3일 중앙의 모 일간지에 “지역할당제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교육기회를 주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계층이동 혹은 신분상승의 수단인 교육기회로의 접근이 지방이나 사회·경제적 하위계층에는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할당제는 지역편차 해소와 지역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다음은 정총장과의 대화내용이다.
- 이런 글을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평소에도 서울대 지역할당제를 주장해 왔는가.

“교원대는 교원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으로 지역할당제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했다. 그래서 지역할당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리 학교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원대는 각 지역에 몇 명의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교육감 추천을 받은 학생중 우수한 학생을 뽑는다. 지역할당제로 70%를 선발하고 나머지 30%는 불합격자 중에서 뽑는데 할당제의 장점을 많이 발견했다. 시골에서 1, 2등 하던 학생이 오면 문화적 결핍 때문에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점차 눈에 띄게 실력이 좋아진다. 따라서 이들도 가르치고 교육적 혜택을 주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서울대가 지역할당제를 함으로써 얻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심리·문화적으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인재가 대도시, 특히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좋은 대학 보내려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서울로 전학시켜 시골에는 인재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인재가 골고루 분포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할당제는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 전국 2800여개 고등학교 중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학교는 700개 정도에 불과하고 도시출신 학생들의 입학률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 700개 고교 중에서도 서울 소재 고등학교가 대거 입학시키고 나머지는 몇 명 집어넣는 수준이다. 서울 등 대도시 학생들은 부모 덕분에 과외와 학원수강을 해서 자신의 능력보다 과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골 학생들은 소외돼 있다. 서울대 정원의 10% 선에서 할당제를 하면 1개 군에서 많아야 1∼2명 뽑히는데 이 정도면 소외계층에 혜택을 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어 그는 지역할당제를 제대로 하려면 신용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대는 ‘교육감 추천’이라는 신용장치가 마련돼 별 문제가 없지만, 사회가 신용을 지키지 않으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 일부에서는 지역할당제가 서울대 하향평준화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전체 정원 4천명 중 4백명을 할당제로 선발하는 것인데 이처럼 적은 비율로 시작하고 잠재적인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뽑는 것이므로 하향평준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국가든 엘리트교육을 시켜야 하므로 서울대 해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정총장은 미국의 하버드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이 아닌 것처럼 우리나라도 서울대가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법·의학·문학·예술 등 전분야에 걸쳐 서울대가 잡고 있었는데 다행히 요즘에는 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대·홍대 미대 등 특성화된 대학들이 부상해 이런 구도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대학들도 특성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 교원대의 지역할당제가 우리나라 교육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우리 학교에서는 교육을 받고 자기 고장으로 돌아가 교육발전에 이바지 하라고 강조한다. 우수 교원을 양성해 우리나라 교육을 Level-up 시키라는 것이 학교설립의 목적이기도 하다. 교원임용고시 이후 자신의 고향에서 교사를 뽑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으로 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개 고향으로 간다. 고향으로 가게 되면 물론 가산점수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교육을 받고 지역으로 내려와 지역발전을 해야 한다는 인재할당제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인재가 지역에 올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한다.”

한편 정완호 총장은 지난 88년 교원대 교수로 임용돼 지난 2000년 2월 간선제로 바꾼 이후 첫 총장이 됐다. 그 자신 또한 서울대 사범대 생물교육과 출신이다. 여담으로 그는 “모든 생물은 순리에 따라 산다. 벼도 봄에 씨를 뿌려 여름내 모진 비·바람을 맞고 시달리다 열매를 맺어야 가을에 수확하는 것처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자연재해도 인간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야기도 결국 사람은 순리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주장인 동시에 교육도 revolution(혁명)이 아닌 evolution(진화)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꺼낸 것이었다. 교육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진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쨌든 서울대가 지난 85년 개교 당시부터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교원대를 벤치마킹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총장의 대외적인 발언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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