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아픔을 담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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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아픔을 담는 문화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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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시인, 흥덕문화의집 관장)
   
나는 매년 한번씩 어느 모임에만 가면 눈물을 흘립니다. 그 곳에서 나는 세례를 받고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나만이 아닌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사회교육센터에 일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한글학교 백일장 시상식장에서 나이 일흔이 넘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침 묻혀 쓴 짧은 글을 발표하는데 웬 가슴이 그리도 저려 오던지.

이제껏 수많은 글들을 읽고 써왔지만 어머니들의 글을 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저런 것이 글이구나.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진솔하고 삶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저 글들이 진짜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 칠월부터 각 동사무소는 동의 행정적 기능을 최소화 하고 복지문화센터로 그 기능을 전환하게 됩니다. 주민들 누구나가 필요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새로운 문화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주민들은 아주 새로운 질과 형식의 복지 문화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이 곳에서 더 많은 어머니들과 소외당한 우리 이웃들의 행복한 문화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이 복지문화센터가 주민자치센터나 일반 문화센터 같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 곳에는 문화 복지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가 배치되어 주민들의 문화 활동이나 복지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천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할 것입니다.

문화 복지행정의 민간 시스템 도입이 중요한 과제 입니다. 여기에 또 다시 일반 행정체계의 시스템이 관철된다면 기본적으로 이 제도를 만든 의미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지역은 이러한 민간적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기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존재합니다. 이러한 자기의 세계 속에 남을 배척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사는 것이 공동체 입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자기의 실현과정을 갖게 되고 이 관계 속에 사회는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는 그간 경제발전의 논리에 의해 문화적인 권리를 많이 억압당해 왔습니다. 또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된 논리로 서로를 구분하는 차별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억압과 차별된 현실을 극복하고 진정한 문화 복지의 구현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따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실천의 장으로서 복지문화센터의 역할이 필요할 때입니다. 수십 년 써온 나의 글쓰기가 생전 처음 글을 배워 쓴 우리 어머니들의 짧은 글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이 진실 되고 솔직한 우리의 복지문화정책이 하루바삐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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