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동 개발되면 쫓겨날 0순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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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동 개발되면 쫓겨날 0순위 입니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12.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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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소제창작촌 아트디렉트 유현민 작가
유현민 작가
유현민 작가

 

대전 동구 소제동은 오랜 원도심이자 근대적 경관이 남아 있는 곳이다. 동네에는 영화 세시봉을 촬영했던 뒷골목, 드라마 터널에서 주인공의 집 등의 다양한 장소들이 보존돼 있다. 이들이 뿜어내는 예스러운 정취에 SNS에는 인증샷들이 넘쳐난다.

그 중심에는 소제창작촌이 있다. 소제창작촌은 대전의 근현대사 중심지 소제동의 현실과 변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유현민 작가는 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는 2010년 아무 연고도 없던 대전으로 내려왔다.

강경이 고향인 그는 국민대학교 디자인과에서 겸임교수로 일했다. 2009년 서울생활을 모두 접고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기거하던 어머니를 자주 뵙고자 대전으로 이사 왔다. 그때부터 소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대전에 처음 왔을 때 소제동은 슬럼가였다. 하지만 철도 관사촌이 있고 옛 소제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등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고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제동은 예부터 신성한 지역으로 손꼽혔다.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이 최초로 만든 신사의 터도 있었다. 이전부터 무속인들은 이곳을 음기가 강하고 신성한 곳으로 여겼다. 지금도 몇몇 곳에 용한 굿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소제동에 대해 정리된 기록은 별로 없었다. 이에 유 작가는 지자체, 대전문화재단 등의 도움을 받아 연구팀을 꾸려 대전 옛 원도심의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를 찾으며 곳곳에 역사적 장소들을 발견했고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그는 소제동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동네를 기록하는데 앞장섰다.

 

마을을 기록하다

 

동네 사람들은 50~60년 소제동에 거주하며 격동하는 근현대사를 체험한 증인들이었다. 유 작가는 동네사람들을 기록해서 책을 폈다. 도서 소제사진관은 지금은 구할 수 없지만 마을사람 48명의 삶과 애환이 담긴 책이다.

주인공인 주민들은 여전히 마을에 산다.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 놓여있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이발소, 세탁소, 편의점은 주민들에게는 생활의 장소이다. 덤으로 요즘에는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로도 이름을 알렸다.

유명한 문화 거점이 되었지만 아직 마을의 내일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 이후 재개발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이웃마을인 삼성동과 중앙동은 이미 대림산업, SK건설 등을 선정해서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소제동도 주민들의 75%가 재개발을 찬성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서울의 기업형 부동산이 소제동에 들어와 대규모로 건물을 매입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이미 그들이 건물 80채를 매입했다. 재개발 반대한다고 외치던 주민들도 어느 순간 플랜카드를 모두 때냈다. 지금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만 나오면 파는 형국이다고 토로했다.

개중에는 서울 익선동을 일군 팀도 포함됐다. 이들은 소제동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이 서울 익선동처럼 부동산 띄우기에 전념해 나중에는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 작가는 소제동은 대전에 유일하게 남은 근대경관을 지닌 곳이다. 현재 끊어져 있는 대전 근대사의 맥을 이을 수 있는 곳으로 잘 연구하고 보존하면 대전을 대표할만한 문화의 창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다. 하지만 현재 너무 부동산, 개발의 논리로 치우치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없어져가는 풍경이 아쉬워 현재 소제창작촌에는 6명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동네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대전의 역사와 한국의 근대사를 담은 창작물과 공간들에 매료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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