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아니면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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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아니면 아줌마?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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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자 충북도여성정책관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날은 교수, 의원, 공무원, 단체임원 등 충북지역의 전문직 여성들이 모이는 날이었다. 음식을 시켜 먹다가 식당 주인을 불러 뭔가를 주문했다. 주인은 음식재료를 갖고 오더니 ‘사모님들이 드시면서 이것은 여기에 넣으세요’한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면서 ‘사모님?’하고 반문했다. 우리의 태도에 놀란 주인은 얼른 방어적으로 ‘사모님 아님, 그럼 아줌마라고 해야 하나요?’ 하며 오히려 자기는 우리를 높여주었는데 왜 그러느냐는 얼굴이다.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여성은 ‘사모님’ 아니면 ‘아줌마’인가.

물론 ‘사모님’도 ‘아줌마’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여성들은 ‘선생님’소리 들을 남편이 있고 또 나이 든 중년 여성들이니까 물론 ‘아줌마’에 속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모두 순간적으로 이 두 호칭에 낯설어 하며 경악했을까.

우리 대부분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즉 직장에서는 ‘선생님’, ‘의원님’, ‘사장님’ 등으로 불리우는 여성들이다. 따라서 같은 지위에 있는 남성들과 마찬가지의 호칭으로 사회적으로 불리워야 한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통상 ‘선생님’으로 불리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더구나 같은 여성들에게 조차도 이런 인식이 없다. 음식점에서 우리는 또 한번 이 사회의 성차별을 경험했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특히 동사무소 같은 공공장소에서) 직업이나 지위를 불문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반면 여성은 ‘아줌마’로 부르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따라서 여성은 통상적으로 여전히 누군가의 ‘사모님’이고 그냥 ‘아줌마’일 뿐이다.

예전에 여성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결혼했으면 친정동네 이름을 따서 ‘~댁’이라고 하고 애를 낳으면 누구의 엄마라고 불렀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그렇게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기껏 있어야 어릴 때 부르던 ‘갓난이’ ‘언년이’ 정도였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사회에서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모든 여성들은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적 존재성은 아직도 이름이 없다. 호칭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신분)를 나타낸다고 할 때 여성이 아무리 높은 지위 혹은 전문직 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에 걸 맞는 사회적 호칭이 없다는 것은 아직 그 지위의 사회적 존재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도 교사 혹은 교수일 수 있고, 사장님일 수 있고, 의원일 수 있고, 공무원일 수 있고, 기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여성일 수 있다. 그런데 이렇듯 ‘선생님’으로 불러야 하는 여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입력이 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내 지위에 걸맞는 호칭으로 불리지 못한다면 ‘사모님’ 보다 차라리 ‘아줌마’로 불리기를 선호한다. 누군가를 통한 호칭으로 불리우기보다 통상적으로라도 스스로의 존재로 불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자를 앞지르고 있다느니, 여성의 힘이 너무 세어졌다느니, 여성상위시대니 하며 여성의 지위를 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여성은 ‘사모님’ 아니면 ‘아줌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주장과 의식이 비록 과장이긴 해도 그 만큼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연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이 더 이상 ‘사모님’이나 ‘아줌마’ 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 특정 여성을 ‘사모님’이나 ‘아줌마’로 부르기 전에 한 번쯤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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