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절의 문화를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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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절의 문화를 바꿔보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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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옥 주성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올해는 <개의 해>다. 우리 민족에게 개는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내포한다.

개는 주인을 잘 따르고 주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던져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충직한 동물로 감동을 준다. 우리는 흔히 의리를 저버리는 사람을 “개만도 못한 놈”이라 하고 세상이 어지럽고 순리를 이탈 했을 때 자조적인 표현으로 “개판”이라고 질타한다.

그러나 개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도 많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전북 임실에서 전승되는 <오수형의 견설화>가 그 대표적으로 이야기인즉,

주인이 장에서 술을 먹고 돌아오다 밭에서 깜박 잠이 들고 때 마침 산불이 나자 위험을 느낀 개가 산 아래 있는 냇가에 가서 꼬리와 몸에 물을 묻혀 주인을 구하고 죽고 만다. 잠에서 깬 주인이 죽은 개가 자신을 살린 것을 알고 그 선행을 기리기 위해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임실의 도로변에 개의 형상을 돌조각으로 만들어 행인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전국 여러 곳에서 전하는데 또 다른 이야기로 주인이 아버지의 삼년 시묘를 끝내고 죽자 개도 따라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을 교화하려는 작의적인 선조들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요즘 같이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진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하여 개도 오륜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견주불폐 : 주인을 보고 짖지 않는다. (君臣有義)
책효기우 : 새끼는 어미를 깨물지 않는다. (父子有親)
유신이잉 : 새끼 배었을 때 부부가 겸양한다. (夫婦有別)
소구적대 : 작은 것이 큰개를 해치지 않는다. (長幼有序)
임폐구운 : 한 개가 짖으면 모든 개들이 호응해서 짖는다. (朋友有信)

꾸며낸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그 속엔 가시 같은 날카로운 가르침이 숨어있다. 풍자 속에 선조들의 지혜가 번뜩이지 않는가.

우리 민족은 이러한 동물들을 사람과 동일시하며 무언의 가르침을 주어왔다. 이들이 행동이나 습성을 보면서 그들의 장점을 본받고 단점을 경계하도록 한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단순히 동물이상의 의미를 가진 존재로 승격시켜 우리민족의 정서를 형성해 왔다고 하겠다.

동물의 상징세계는 우리민족과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2띠 중심의 동물의 의미를 새겨 보는 것도 새해에 의미 있는 일이며 이를 가르치는 것이 어른들의 중요한 몫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正月은 한해가 시작되는 첫 달이다.

단순히 흩어졌던 친지들이 모여 제사 후 음식이나 나눠먹고 자녀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일회성 가내행사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윷놀이 하나를 하면서도 단순히 승패에 매달리지 말고 도(돼지) 개(犬) 걸(양) 윷(소) 모(말) 등의 의미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집안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산교육의 기회로 활용하고 인근 박물관이나 민속마을이라도 들려서 자녀들에게 전통과 뿌리교육을 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는 의미 있는 명절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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